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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가오동 일반학교 2곳·장애인학교 2곳 담장 없애고 공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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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가오동 일반학교 2곳·장애인학교 2곳 담장 없애고 공원 조성

입력
2009.03.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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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중, 혜광학교 학생들을 환영합니다. 우리 맹학교 학생들이 여러분과 이런 교류기회를 갖게 돼 기쁩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앞으로 좀더 친하게 함께 걸어가도록 합시다."

27일 오전 11시 30분 대전 동구 가오동 대전맹학교 3층 강당. 이 학교 이화순(55) 교감의 인사말에 이어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시작됐다. 무대 밑 좌석에는 대전맹학교 학생 120여명과 이웃의 정신지체특수학교인 혜광학교 학생 60명이 자리했다. 이들 장애인 학생들 사이에는 일반학교인 가오중 학생 36명도 섞여 앉았다.

가오동에는 4개 학교가 옹기종기 붙어있다. 장애인학교인 대전맹학교와 혜광학교, 그리고 일반학교인 가오초등학교와 가오중학교이다. 2년 전까지 이들 학교는 2m 높이의 철제 혹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하지만 2007년 말 네 학교는 동시에 막힌 담을 허물었다.

1년 여에 걸쳐 담이 있던 자리에 꽃과 나무를 심어 산책로를 만들고 '해오름공원'이라고 이름 붙여 지난 23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음악회는 이런 '아름다운 소통' 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음악회에서 귀에 익숙한 아름다운 선율이 이어질 때마다 "우와!" "한 곡 더!" 환호하면서 박수치는 학생들은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밝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단지 다른 점은 맹학교 학생들은 점자팸플릿을 손으로 읽는다는 것 뿐이었다.

강당이 작아서 전교생이 참석하지 못하고 점심시간과 겹친 가오초등학교 학생들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통합교육'의 힘을 확인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가오중 학생들을 인솔해 온 권병주(51) 교사는 "담장이 사라지니 탁 트여서 너무 좋다"며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도 훨씬 더 개방적이고 자연스럽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장이 하루 아침에 허물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들 학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웃 장애인학교들과 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마음의 담부터 허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가오중과 혜광학교와는 요리반, 미술반, 난타반 등의 계발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어울리도록 했다. 또 맹학교 학생들이 서해안 해수욕장으로 여름수련활동을 가거나 인근 식장산을 등반할 때는 가오중 학생들이 도우미로 참가해 손을 잡아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재미있는 '친구들'로 다가설 수 있었다. 1년간 요리반 활동에 참여한 가오중 2학년 김수아(14) 학생은 "솔직히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이제 장애인 친구와 너무 친해졌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배워 기쁘다"고 말했다.

장애인 학생들은 학부모와 마을 주민들과도 어우러졌다. 맹학교 학생들은 주민들에게 안마와 지압 봉사활동을 펴고, 혜광학교에서는 주민을 위한 요가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마음의 빗장이 열리자 막힌 담을 없애자는 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대전시장과 동구청장, 4개 학교장, 학부모와 주민대표가 현장에서 만나 합의했고, 시는 11억원을 지원해 담장을 철거하고 산책로와 벤치, 파고라, 간이체육시설 등을 조성해주었다.

이제 이들 학교 학생들은 한 가족처럼 지낸다. 요즘 인조잔디 공사로 운동장을 사용하기 어려운 가오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혜광학교 운동장을 이용한다. 이날 점심시간에도 가오초 어린이들이 혜광학교 놀이터에서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있었다.

가오초 3학년 최재웅(9) 군은 "난 안 아프고 얘들은 좀 '아픈 친구'들이지만 함께 놀면 더 재미있다"고 웃었다. 옆에 선 혜광학교 김진석(10ㆍ가명)군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혜광학교 김근중(58) 교감은 "가오중과의 계발활동 통합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하고, 가오초와는 올해부터 운동회, 현장학습, 축제 등을 공동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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