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선상에는 각각 참여정부와 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한 박정규 이종찬씨가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청와대 재직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1억원 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이 전 수석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시기에 박 회장으로부터 5억4,000만원을 동생을 통해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본인들은 혐의나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참여정부에서 최고의 실세로 주목받은 기업인과 공직자 부패ㆍ비리 척결 업무를 최일선에서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민정수석들 사이에 석연찮은 거래의 정황이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박 전 수석이 박 회장에게서 상품권을 받은 시점은 민정수석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때다. 특히 도덕성을 정권의 제일 덕목으로 강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박 전 수석은 연일 공직자들을 향해 '부패 엄단'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뒤에서 떳떳치 못한 금품을 수수하면서 부하 직원들에게는 청렴을 주문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전 수석의 경우 2003년 박 회장에게서 투자금을 받은 동생에게서 다시 빌렸고, 현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해 2월 이 전 수석의 동생이 원금을 모두 갚은 것으로 돼 있다. 그래서 이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을 앞두고 자칫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동생의 부채가 해결된 이후 개혁과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공직사회를 향해 칼날을 갈았다는 점은 어딘가 어색할 뿐이다.
결국 두 명의 민정수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통령과 청와대 전체의 잘못이란 결론이 자연스레 나온다. 참여정부는 박 전 수석의 활동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으며, 현 정부는 인사 과정에서 이 전 수석의 변호사 시절 문제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이다.
공직사회 전체를 샅샅이 주시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시하는 기능은 현재로선 없다. 이로 인해 민정수석의 활동을 주시하는 별도의 사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웃지 못할 소리도 나온다. 국가로부터 '포청천'의 임무를 부여받은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당한 돈 거래는 모든 국민에 대한 치명적 인 배반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