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후원금은 전년도에 비해 92%나 증가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의 후원금은 3% 가량 줄었다. 이는 한나라당의 정권 교체와 총선 압승에 따른 정치지형의 변화가 후원금 모금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돈은 권력을 좇는다'는 속설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26일 공개한 '2008년도 정당ㆍ후원회 등의 수입ㆍ지출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총액은 역대 최대인 634억429만원으로 전년도(414억3,943만원)에 비해 53.0%나 증가했다. 의원 1인당 평균 모금액도 2억1,000만원으로 전년도(1억3,000만원)보다 대폭 늘었다.
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후원금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금액은 400억원으로 전년도 208억원보다 무려 92%나 급증했다.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모금액은 전년도에 비해 각각 5억원과 2억원이 줄어든 174억원, 10억원이었다. 권력을 가진 한나라당에 돈이 몰리면서 정치권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의원별 모금 현황에서 더 뚜렷해진다. 모금액 상위 20명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은 14명이나 되지만 민주당은 5명, 민노당은 1명뿐이다. 상위 30명까지 확대하면 한나라당(22명)과 민주당(7명)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선거가 있는 해의 모금 한도액인 3억원을 넘긴 의원 55명 중에서도 한나라당 의원은 37명이었지만 민주당 의원은 15명에 그쳤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억6,183만원으로 수위였고, 같은 당 서상기 이병석 안홍준 의원 등이 '탑 5'에 이름을 올렸다. 박 전 대표의 경우 특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이 후원금 모금 과정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김동철 의원이 3억6,015만원으로 전체 2위를 차지하면서 구여권의 자존심을 지켰다.
기부액이 연간 300만원을 넘어 공개 대상이 되는 고액 후원금도 한나라당에 몰렸다. 한나라당은 전체 후원금 400억원 가운데 21.8%인 87억원이 고액 후원금이었다. 이는 전체 공개 대상 후원금의 70.1%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후원금 총액 174억원의 16.7%인 29억원만이 고액 후원금이었다.
정당의 재산에서도 여다야소(與多野少)가 두드러졌다. 한나라당의 재산총액은 512억원에 달한 반면, 민주당은 43억원에 불과했다. 자유선진당과 민노당은 각각 2억6,000만원, 24억원이었다.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은 각각 5억원, 54억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신고됐다.
지난해 정당들의 총 수입은 2,471억원이었고 총 지출은 2,219억원이었다.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치룬 탓에 수입에선 17대 대선 선거비용 보전액과 18대 총선기탁금 반환액이 전체의 43.2%를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지출에서도 선거비용 및 조직활동비가 37.5%나 됐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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