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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하늘천 따지~' 이상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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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하늘천 따지~' 이상 열풍

입력
2009.03.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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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A한자전문학원. 33㎡(10평) 정도 되는 강의실에 초등학생 10여명이 한자 학습서를 펼쳐놓고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60명 안팎인 이 학원 전체 수강생 가운데 절반 가량은 초등학생들이다.

이 일대 학원가에는 A학원 같은 한자전문학원만 10여 개에 달한다. 논술, 국어학원 등에 한자시험 대비반이 따로 개설돼 있는 경우도 많다. 20년 넘게 한문학원을 운영해온 한 원장은 "최근 들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면서 "특히 지난 겨울방학 때는 속성으로 한자 급수를 따려는 학생들이 많이 몰렸다"고 전했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자 사교육 이상 열풍이 불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자 사교육 시장은 수천 억 원 규모에 달하고, 매년 20% 이상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학습지 회원만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한자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는 특목중ㆍ고 및 대학 입시다. 한자시험 자격증에 가산점을 주는 곳이 늘면서, 특목중ㆍ고를 거쳐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영어, 수학과 마찬가지로 한자 조기 교육도 하나의 '필수' 코스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문을 연 서울의 한 국제중은 한국어, 한국사, 한자 인증 중 한 가지를 요구한다. 또 다른 국제중도 한자검정급수를 수상경력 및 인증시험의 객관적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지방의 한 외국어고는 한자검정급수 2급 이상이면 특기자 전형에 지원 가능하고, 한 자립형사립고는 면접을 통해 자체적으로 한자 실력을 알아본다. 상당수 외고에서는 구술 면접이나 듣기 시험에 한자 사자성어를 출제한다. 대학 입시에서도 비교과 영역 평가에서 한자검정급수에 가산점을 주는 곳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습지나 학원 뿐 아니라, 과외도 성행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박모(39ㆍ여)씨는 지난 1월부터 초등 4학년 딸에게 한자 과외를 시킨다. 3명이 함께 1주일에 두 번 '한자 레슨'을 받는데, 학생 당 월 7만원씩 낸다.

박씨는 "특목고 입시에 도움 된다고 다들 시키는데 우리 딸만 빠질 수 있나"며 "지난해까지는 학습지만 했는데 돈이 좀 들어도 과외를 시키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아예 학부모가 직접 지도사 양성과정을 거쳐 '한자 훈장'으로 나서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여성발전센터에서 관련 강좌를 맡은 한 강사는 "한 반에 25~30명이 정원인데 접수 시작 하루 이틀이면 마감 된다"며 "주로 방과후 학교나 학습지 교사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이지만 집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배운다는 학부모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청들도 앞 다퉈 한자교육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교육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지역 내 모든 초등학교에서 재량수업 시간에 한자를 가르치게 했다.

종로구도 이번 학기부터 강남교육청에서 개발한 교재로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을 시키고 있다.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같은 교육청에 속한 중구, 용산구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한자교육을 실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자 조기 교육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하지만, 국어 이해력을 높이는데 한자가 도움이 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한자 교육이 '급수 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지난해 한국어문회 주관 한자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한 초등학생만 37만명, 전체 초등학생(367만명)의 10%에 달한다. 강남교육청에서 2월 초 문을 연 온라인 한자인증 사이트에서 인증을 받은 초등학생도 벌써 1만6,000명을 넘었다.

송파구에서 한문학원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한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좋지만 급수 취득 위주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치동의 한문학원 원장도 "차라리 급수시험 없이 순수하게 한문을 배우던 때가 나았다"고 말했다.

한자 이상 열풍을 타고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김모(44ㆍ여)씨는 "영어, 수학, 논술학원에 축구교실까지 월 50여만원이 드는데 한자학원비 10만8,000원을 더하면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도 "초등학교 졸업 전에 1급을 따려면 학원에 안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3학년 아들을 둔 이모(37ㆍ여)씨 역시 "주변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학부모들은 학원비 대기 위해 액세서리 수공업 '알바'도 한다는 데 내년이면 그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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