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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46> '멘토링 학습지원' 받는 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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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46> '멘토링 학습지원' 받는 예지

입력
2009.03.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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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운명적으로 고독한 존재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고독한 인간의 실존을 '물가에 거꾸로 선 미루나무'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평생 고독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고독과 외로움의 굴레에 갇힌 삶을 강요 받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초등학교 6학년 김예지(12ㆍ서울 강남구 수서동)양에게 '부모님'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기만 하다. 여느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마음껏 뛰어 놀거나, 식탁에 둘러앉아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밥 한끼를 먹어본 기억이 없다. 그 흔한 가족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어 본 적도 없다.

"몸이 빨리 자라는 게 싫었어요. 갈수록 다른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 같았거든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그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무관심 뒤에 소리 없이 찾아오는 존재감의 상실이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도시개발아파트. 저소득층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36.36㎡(11평) 크기의 영구 임대형 주택으로, 그가 할머니(78ㆍ지체장애 2급)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보금자리다. 3.3㎡(1평)도 안 되는 2개의 쪽방과 화장실, 주방 겸 거실로 이뤄져 있다. 할머니의 주요 이동 수단인 장애인용 전동차가 늘 비좁은 현관을 점령하고 있어 거실로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시기에 열악한 주거 환경도 마음의 상처가 됐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잃어버리면서 생겨난 애정 결핍과 소외감은 더 큰 마음의 장벽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그가 두 살 때 일거리를 찾아 지방으로 떠난 이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문드문 찾아온다. 정신지체 어머니는 세 살 때 병원에 들어가 지금껏 치료를 받고 있다. 어린 시절의 엄마 아빠에 대한 기억은 모두 낯설기만 하다.

2년 전 봄 하교 길에 정체 모를 괴한들의 꼬임에 빠져 납치를 당하려는 순간, 때 마침 마중을 나온 할머니의 눈에 띄어 구사일생으로 빠져 나온 뒤부터 그의 행동반경은 극도로 위축됐다. 적극적이고 활발했던 성격도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변해가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어요. 이게 다, 부모 잘못 만난 탓이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뭐 하나 변변히 해준 게 없으니…. 한창 소리지르면서 뛰어 놀 나이에, 방에 틀어박혀 멍하니 앉아있는 아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7년 전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거동조차 불편한 할머니는 자나깨나 외손녀 걱정 뿐이다.

무기력과 의욕상실의 긴 터널 속에서 방황하던 그의 삶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2007년 3월. 평소 예지와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안타까워 하던 인근 복지관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우정사업본부와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진행하는 '멘토링 학습지원 사업'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부터다.

"처음 예지를 봤을 때는, 삶의 의지를 완전히 놓아버린 아이 같았어요.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반응이 없었거든요. '뭘 하고 싶다'거나 아니면 '뭐가 궁금하다'든가,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호기심과 의욕을 전혀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생각은 많아 보였지만, 절대 밖으로 표현하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3년째 그의 멘토(정신적 스승)를 맡아 온 한은순(45) 사회복지사가 전하는 예지의 첫 인상은 의지 박약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하고 성장 속도가 빠른 예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얼굴엔 해맑은 웃음이 다시 찾아왔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학교 성적도 덩달아 향상됐다.

음악과 체육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비록 자신의 처지가 어렵지만, 길에서 불우이웃돕기 모금 행사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자신감도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씩 3~4시간 정도의 짧은 방문이지만, 친구처럼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멘토의 존재는 그에게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임을 느끼게 해줬다.

"멘토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가 뭘 좋아하는 지도 잘 몰랐어요. 관심 분야가 있었더라도 어차피 봐주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언제나 혼자였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멘토 선생님이 옆에서 돌봐주시니, 뭘 하든 잘해보고 싶어요. 자랑도 하고 싶고…."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그에게도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간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했듯이, 눈 밖에만 머물러 있던 할머니. 자신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온갖 뒷바라지를 해온 할머니를 호강 시켜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것이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할머니를 위해. 돈을 많이 벌면 할머니한테 집도 사드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드리고 싶어요." 할머니를 바라보는 그의 또렷한 눈망울은 기대와 흥분으로 들떠 보였다.

●우정사업본부 사회공헌 활동

1999년부터 시작된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의 사회공헌 활동은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게 특징이다. 틀에 박힌 봉사활동보다는 사회 흐름을 따라가는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우정본부는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요자 중심의 직접 찾아가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침으로써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국민과 함께 하는 '우체국상(像)'을 구현하고 있다. 우정본부가 지난해까지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한 지원규모는 총 182억원, 수혜 인원은 10만7,000명에 달한다.

불황으로 힘든 시기이지만, 올해에도 총 32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소년소녀가장 100명에게 1인당 370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저소득 장애인 220명의 암 치료비를 지원한다. 또 한 부모 가정 자녀의 건강을 위해 보험을 가입해주고 재정적 지원과 함께 소아암 어린이들의 치료도 도와준다.

우정본부가 올해 계획한 사회공헌 활동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지역단위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공익사업 전개 ▦사회공헌 활동 관리 강화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지역단위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를 위해 '우정사회봉사단'과 '집배원 365봉사단' 등 전국적인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 현장 위주의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공익사업으로는 바자회나 헌혈 이외에 주변의 어려운 가정을 후원하는 '1과 1가정 돕기 운동' 활성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집배원 365봉사단'을 중심으로 산불 및 화재 등 재난사고 예방활동과 농번기 일손부족 해소를 위한 '1사 1촌' 운동을 연중 진행할 예정이다.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결혼 가정의 가정폭력 해결을 위한 다문화가족 지원 사업을 통해 이주여성 정착,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등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밖에 불우이웃 자매결연, 전국휠체어농구대회 개최,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급식, 시설아동 문화지원, 쉼터보호아동 정서 지원, 지역사회 소외계층 지원, 무의탁환자 무료 야간간병 지원, 장애가정 청소년 멘토링 학습지원 등 공익사업을 전개한다.

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은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소외 계층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집배원 등이 있어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이 가능하다"면서 "앞으로 사업 분야별 정기적인 추진실태 조사·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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