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게서 기부금품을 받은 유권자에게 받은 액수의 50배를 과태료로 물리도록 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부산지법이 공직선거법 262조 5항 1호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위반 동기나 기부 상황, 기부자와의 관계 등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받은 액수만을 기준으로 일률적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위반행위의 책임 정도에 상응한 제재가 되기 어렵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공직선거법 벌금형 상한이 500만원인데, 100만원의 물품을 받으면 과태료 5,000만원을 내야 하는 등 제재가 과중하다”고 덧붙였다.
이 조항은 ‘후보자로부터 100만원 이하의 물품ㆍ음식물ㆍ서적ㆍ관광 및 기타 교통 편의를 제공받은 자는 그 금액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선거 때마다 후보자에게 금품 및 편의제공을 요청하는 일부 유권자들의 구태를 막기 위해 2004년 2월부터 발효됐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법 개정 때까지 한시적으로 존속하지만, 그 적용은 중지된다.
부산광역시 주민 오모씨 등 74명은 2006년 5월 시장 선거에서 후보자 명의의 건어물(시가 9,000원)을 택배로 받았다가 선관위로부터 과태료 45만원씩 부과 받았다.
이들은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부산지법은 “의사와 무관하게 우편물을 통해 일방적으로 물품이 제공된 경우에도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며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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