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시장 훈풍이 며칠째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경기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표의 단기 부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태도이지만, 갖가지 위기설의 근원인 환율이 무역수지 흑자와 증시 반등세에 힘입어 달러 당 1,3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자 한숨 돌리는 표정이 역연하다.
30조원에 근접하는 추경예산과 4월 초 런던 G20 정상회의 결과에도 적잖이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생산 등 거시지표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수출의 근간인 세계시장도 갈수록 위축되는 추세다. 바닥은 아직도 멀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1조 달러 규모의 금융권 부실자산 처리계획을 발표한 데 맞춰 미국 주택시장과 증시에 봄바람이 불고 일부 제조업 지표가 밝게 나온 것은 사실이다. 주택 재고물량 해소를 반영, 2월 신규주택 판매실적은 예상을 웃돌며 10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주택경기 선행지표인 건축 허가신청 건수도 적잖이 증가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인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해소돼간다는 신호다. 지난달 내구재 주문실적도 7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8000선 회복을 넘보게 됐으며, 외국인의 매수세 가담으로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연중 최고인 1250선에 근접했다. 한때 달러 당 1,600원 문턱까지 갔던 환율은 1,330원대로 급락했다. 3월 무역수지 흑자가 4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의 힘이다. 그러나 내용은 속 빈 강정이다. 무역수지 흑자는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을 압도한 데 따른 전형적 '불황형 흑자'다. 엊그제 나온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득감소와 고용불안으로 3개월 만에 다시 하락했다.
요즘 정책 당국자들의 얼굴은 결코 밝지 않다. 올해 세계 교역량을 9%나 줄게 할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해 구조조정 회오리가 거셀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부 가격변수의 호전에 연연하거나 막연한 낙관론에 기댈 때가 아니다. 착시의 위험을 늘 경계하면서 장기적이고 일관된 안목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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