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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野人들 달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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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野人들 달뜬 봄

입력
2009.03.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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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옷을 갈아입고/ 꿈의 구장으로 가자./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꿈의 구장으로.//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건조하게 손을 잡고/ 마지막 팬이 되어 응원을 하자.// 먼 은하의 별들이 타닥타닥 터질 때/ 우리는 팝콘을 먹으며/ 맥주처럼 잠깐씩 흔들리지.// 로진백을 만지며/ 홀로 마운드를 고르고 있는 저 사람을/ 근사한 사인볼과 함께/ 그 사람으로 이해하자.// 조명 탑의 마지막 등이 꺼질 때까지/ 인조 잔디 위를 달리고 있을/ 저 사람을 단 한 번만/ 이해하기로 하자.' (여태천 '꿈의 구장')

팀 저지(jersey)를 입은 아이를 무등 태운 젊은 부부들, 경기장의 분위기를 크레센도로 휘몰아가는 치어리더들, 할리우드 배우 못지 않은 액션으로 '스트라이크' 를 외치는 심판들….

프로야구 정규 시즌(4월 4일) 개막이 임박한 3월말은 겨우내 움추렸던 야구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이 기지개를 켜는 시기다. 그라운드에 푸릇푸릇한 녹색빛이 올라오면, 오매불망 시즌을 기다리고 준비해온 이들 '야구족'들의 심장은 쿵쿵 뛰기 시작한다.

●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산다 - 야생야사(野生野死)족들

'개척자' 라는 글자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주도해 목동 야구장에서는 이미 꽤 알려진 명사인 히어로즈 팬 김호영(41ㆍ경기 부천시 부평구 청천동)씨. 그는 요즘 선수 개인별 응원 구호를 만드는 일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송지만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외치는 구호 "할렐루야, 송지만!", 오윤 선수가 등장할 때의 "일이삼사~ 오윤!" 같은 구호는 김씨의 히트작들. "뭐니 뭐니 해도 팬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주 경기를 보러 가 응원하는 것"이라는 김씨는 함께 응원할 팬들을 모으려고 최근 인터넷에 팬클럽 카페를 개설했다.

지난해 75경기를 관람했다는 김씨는 직장은 인천에, 부인과 딸은 수원에 살고 있는 주말부부.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주말 경기가 있을 때 집에 가지 못하는 갖가지 핑계를 다 대기 때문에 많이 미안하다" 는 김씨는 "연애 시절에는 아내가 나한테 야구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다 거짓말이더라"며 웃었다.

매 경기가 끝나면 두산베어스 구단 홈페이지에 '야구부인'이라는 아이디로 선수들의 다양한 스냅 사진을 올리는 이연수(46ㆍ서울 송파구 문정동)씨. PC통신 시절부터 사용했던 '야구부인' 이라는 아이디 때문에 가끔 "야구선수 부인이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씨는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줌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혼자서 보기에도 좋고 옆에 사람이 있어도 상관없는 야구가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30여년 전 고교야구 전성기 때부터 야구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두 딸을 임신했을 때도 야구를 보며 '야구장 태교'를 했다는 이씨는 가족들의 눈초리를 받으며 야구장을 찾는 많은 열혈팬들과 달리 온 가족의 지지 아래 야구장을 다니는 행복한 야구광이다.

"내 나이 즈음이면 외로워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야구장을 다니는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주변에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 생각이 젊어지고 공통 화제가 있으니 친구 사귀기도 쉽다"는 이씨는 요즘 팀의 원정 경기 일정과 집안 행사가 겹치지 않도록 날짜를 조정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가면무도회용 마스크를 쓰거나, 노란색의 이소룡 복장을 입고 응원을 하는 김원진(가명ㆍ33ㆍ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LG 트윈스팬들 사이에서 '박경수 아저씨'로 잘 알려져 있다.

내야수인 박경수 선수를 후보 시절부터 열성적으로 응원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TV 중계를 보다가 "삼촌 야구장이지?"라고 전화를 하는 초등학생 조카말고는 가족들로부터도 '별종' 취급을 받을 정도이지만 오히려 김씨는 "개인사업 때문에 지난해에는 홈경기(63경기)밖에 보지 못해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요즘같이 시즌 개막이 다가오면 "솔직히 무슨 응원을 준비할까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는 김씨는 올해부터 생업도 아예 '야구'에 연계시킬 계획이다.

음반기획사를 운영하는 그는 올해 구단의 허락을 맡아 '트윈걸즈'라는 여성 댄스뮤직 듀오를 4월 4일 개막전에 데뷔시킬 예정이다. "야구에 미친 한 팬이 보여줄 수 있는 응원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김씨는 공언했다.

"이맘 때면 팬들도 한 시즌 동안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야구팬 이한(31ㆍ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올 시즌을 앞두고 차를 장만했다.

주중에는 수도권 구장, 주말에는 지방 구장을 팬클럽(한화 이글스 팬클럽 '이글이글') 회원들과 순회한다는 이씨가 야구장을 찾는 횟수는 1년에 30~40차례. 팬클럽에서 만난 여자친구 안은경(28)씨와의 데이트도 물론 야구장에서 한다.

회원들이 학생들 위주라 주로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지방 구장을 다녔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큰맘 먹고 '기동력'을 확보했다. 휴가 때에는 평소 잘 다니지 못했던 지방의 구장을 찾고,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회 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일본 도쿄까지 찾기도 했다.

그가 1년에 야구장에서 쓰는 비용은 수백만원을 훌쩍 넘는다. "술 마시는 일보다 야구라는 취미 생활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건전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는 이씨는 "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 선수만큼 바쁜 막후의 지원병들

"전투병 한 명을 전장에 내보내기 위해서 그 후방에는 병참부대, 수송대, 훈련요원, 예비 병력 등 열명이 버티고 있다"는 저명한 야구 저널리스트 레너드 코페트의 비유는 한 시즌 동안 야구팀 한 팀을 이끌어가는 막후 인력들의 중요함을 빗댄 격언.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구단 과 구장 관계자, 심판, 기록원들 등 '야구장의 후방요원'들 역시 이맘때가 일년 중 가장 바쁘다.

"시즌 개막이 가까워질수록 출근 시간은 빨라지고 퇴근 시간은 늦어진다"는 정성태(38) LG 트윈스 마케팅 팀장은 요즘 직원 4명과 함께 '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의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선수 유니폼에 부착할 광고 유치, 팬클럽 회원용 선물 발송, 매표 시스템 점검, 응원 현수막용 캐치 프레이즈 확정 등 눈코 뜰 새 없이 정 팀장의 하루는 지나간다.

"올해의 흥행은 지금부터 시즌 개막 후 한달 정도까지에 결정된다"는 그는 요즘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했다. "야구경기도, 시설도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팬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뭔가 달라졌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겨우내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잠실구장의 시설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잠실야구장 운영본부 김일상(45) 마케팅팀장에게도 요즘은 가장 신경이 곤두서는 시기다. 덕아웃의 벤치 보수, 파손된 잔디 식재 등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 관리에서부터 전광판 동영상 교체, 스피커와 앰프 수리, 구장 주변 자전거보관소 설치 등 관중들을 위한 자질구레한 편의시설 점검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선수, 감독의 몫이라면 우리는 음지에서 자기 몫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1년에 200만명의 사람이 찾는 야구장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진다는 보람으로 야구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숫자와 통계의 경기인 야구 경기에서 기록원들은 빠져서는 안될 존재들. 안타 판정, 실책 판정 하나하나에 선수들의 '밥그릇'이 걸려 있는 만큼, 2주 전 시작된 시범경기에서부터 긴장감이 남다르다.

이맘때는 6개월 이상 이어질 서울-인천-대전-대구-광주-부산을 잇는 '국토 대장정'을 위해 체력을 비축할 시기이기도 하다. 9년차 기록원인 윤치원(35) 한국야구위원회 기록위원은 지난주부터 목동-대전-대구-잠실-문학구장을 차례로 돌며 시즌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연장전 승부치기가 생기는 등 기록 방법에도 변화가 생겨 어느 때보다 신경이 예민해진다. "주자의 상황, 타구 방향, 타구 속도감 등 절대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 야구의 매력"이라는 윤 위원은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으로 올해 야구의 큰 흥행이 예상되는 만큼 그 어느 해보다 시즌 개막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정영명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3)

■ 올 600만 관중 기록 나올까

프로야구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관중 숫자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 28번째 시즌을 맞는다. 8개 팀이 펼치는 국내 리그는 출범 첫해에 비해 팀은 2팀이 더 늘었고, 경기 숫자(240)는 2배 가량(504) 늘었다.

지난해 정규 시즌 관중 숫자는 525만 6,332명으로 1995년(540만 6,374명) 이래 두 번째로 500만명을 돌파했다. 입장 수입은 249억 369만 8,100원으로 입장권 가격은 1인당 평균 4,738원이었다. 가장 많은 관중을 모으는 달은 '가정의 달'인 5월로 지난해 경기당 1만 2,792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요일별로는 일요일(경기당 1만 5,034명)이 가장 많은 관중을 몰고 오는 요일로 나타났으며 수요일(경기당 6,683명)은 관중 동원 능력이 가장 저조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지난해까지 야구장을 찾은 관중 수는 8,398만 7,126명이다. 최다 관중팀은 구도(球都) 부산 연고의 롯데로 지난해 137만 9,735명이 입장, 1995년 서울 연고 LG트윈스의 기록(126만4,762명)을 13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야구장 100배 즐기기… '명당'은 제각각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주말, 방바닥이나 소파에 마냥 엉덩이를 비비기엔 몸이 너무 근질거린다. 친절한 해설에 다각도의 카메라가 입체적으로 경기 상황을 분석해주는 TV 중계가 훨씬 낫다는 귀차니스트적 생각도 금세 달아날 정도.

치어리더들이 활기찬 몸짓으로 흥을 돋우고, 관중들의 떠들썩한 함성이 귓전을 때리는 곳,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키며 오징어 다리를 씹을 수 있는, 오감으로 살아 있음을 충만히 느낄 수 있는 그곳, 야구장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무작정 집을 나서고, 야구장을 찾는다고 야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는 없는 법. 야구는 알아도 야구장은 모르는 초보들이 알면 좋을 몇 가지 것들을 소개한다.

● 홈팀 응원단석이 최고 '명당'

넓고 넓은 야구장에도 관중들이 좋아하는 명당이 있기 마련. 홈팀 응원단석이 가장 치열한 자리 쟁탈 장소로 꼽힌다. 응원단장의 힘찬 구호와 치어리더의 발랄한 몸 동작에 맞춰 마음껏 소리를 내지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대구구장)와 히어로즈(목동구장)를 제외한 6개 구단이 1루쪽 덕아웃을 자신들의 근거지로 삼기에 이 명당은 주로 1루쪽 중간 정도 관중석에 있다.

'야도'(野都) 부산의 사직구장을 찾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광적인 응원은 응원단석에 대한 집착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통 경기 시작 3시간 전 개찰이 시작되면 300여명이 오직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한다.

지정석이 아닌 탓에 가방 등을 이용해 여러 자리를 선점하는 비뚤어진 관람 문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잠실구장과 사직구장은 지나친 경쟁에 따른 관중들의 부상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아예 이곳 좌석에 인터넷 예매제를 도입했다.

홈팀 응원석을 차지한 관중들은 1루쪽 내야석을 다 채운 뒤 3루쪽에서 자리를 찾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이어 본부석 상단이 차고 외야로 관중들이 몰려든다.

관중이 야구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개인마다 적합한 명당은 각기 달라진다. 응원보다 야구를 전문적으로 즐기는 팬들이 자주 찾는 곳은 본부석 뒤쪽 상단 자리다. 포수 뒤쪽에서 전체 경기장 조망이 가능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김정환 롯데 자이언츠 서포터즈 연합동호회장은 "사직구장 본부석 뒤쪽은 흔히 '등산로'라고 불리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여름엔 시원한 바람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야구보다 선수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성 팬이나 초중고생이 자주 찾는 곳은 1ㆍ3루쪽 맨 앞 좌석. 특히 덕아웃과 인접할수록 인기가 높다. 가까운 거리에서 좋아하는 선수의 얼굴을 볼 수 있고, 운 좋으면 사인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인기 지역인 외야를 선호하는 관객들도 의외로 많다. 두산 베어스 운영팀의 박진환씨는 "선수들에게 자신이 준비한 현수막을 제대로 보이고 싶은 열성 팬이나 홈런볼을 잡고 싶은 관중들도 외야를 찾는다"고 말했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관중이 노골적인 애정행각을 위해 주로 찾는 곳도 외야다.

● 야구장서 치킨시켜 보셨나요

야구인들과 팬들은 SK 와이번스의 본거지인 인천 문학구장 시설을 최고로 꼽는다. 2만 7,800명을 수용하는 규모도 눈에 띄지만 관중들을 배려한 각종 편의시설 때문에 메이저 리그급 경기장으로 통한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과 미니 열차까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열악한 시설 때문에 오히려 아기자기한 관람 문화가 발달한 구장들도 있다. 1만 500명을 수용하는 대전구장은 다른 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오래됐지만 관중들의 동선을 고려한 편의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매점과 패스트푸드점을 1ㆍ3루쪽 관중석 뒤쪽에 배치했다.

매점 숫자가 충분치 않고 품목도 다양하지 못한 목동구장은 다른 야구장에선 볼 수 없는 배달 문화가 자리잡았다. 히어로즈의 네이버 팬카페 '영웅신화'의 이종민씨는 "먹을거리를 미리 싸오는 경우도 있지만 인근 상가에서 전화로 치킨 등을 배달해 먹는 관중들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원정 응원에 나선다면 구장마다 다른 응원 문화도 염두에 두면 좋다. 목동구장은 주변에 학원들과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어 다른 구장과 달리 응원 소리에 제약이 있다. 가족 위주 관중이 다수라 응원보다 조용한 관람이 대세인 점도 이 곳의 특징.

야구팬들이 꼽는, 응원할 때 가장 몸을 사려야 하는 곳은 사직구장과 광주구장이다. 팬들의 야구 사랑이 워낙 광적이다 보니 가끔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사직구장 화장실 갈 때는 응원팀 유니폼을 벗고 가라', '2인 1조로 움직여라' 등의 행동 규칙이 부산 원정팀 팬들 사이에 우스개처럼 나돌기도 한다. 한화 이글스의 한 팬은 "롯데팬들이 항상 적대적이진 않지만 흥분하면 물병이나 닭발 등이 날아온다"며 "아무래도 응원할 때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 야구장 주변 맛집·술집 "응원후 허기·갈증 아웃"

아무리 야구가 좋아도 식후경이다. 특히 야구장 주변의 맛집과 술집은 팬들끼리 연대감을 확인하기에 좋은 자리. 좋아하는 야구인까지 만날 수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한국 야구의 메카로 곧잘 언급되는 서울 잠실구장은 주변에 눈에 띄는 먹거리 문화가 없다. 구장 주변을 에워쌌던 포장마차들은 당국의 단속으로 지난해부터 종적을 감췄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팬들은 서울지하철 2호선 신천역 주변에 몰려 있는 술집과 음식집으로 삼삼오오 흩어져 그날의 경기를 되씹는다.

대전구장 주변은 야구인들과 팬들이 자주 찾는 맛집이 제법 포진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구장서 200m 거리의 문화야구장식당이다. 운전기사들이 즐겨 찾던 이 곳의 본래 이름은 문화기사식당. WBC 준우승을 이끈 한화 이글스의 김인식 감독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자주 찾으면서 '맛좋은 건강식'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한화 관계자들과 팬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상호까지 바꾸게 됐다. 테이블이 8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구수한 청국장이 입맛을 당긴다. 매콤한 맛을 자랑하는 칼국수 골목도 대전구장의 자랑. 걸어서 10분 거리에 '홍두깨 칼국수'와 '공주 칼국수' 등 20여 곳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구구장 주변에선 우성식당이라는 허름한 백반집이 야구인들 사이에 유명하다. 갈비와 추어탕, 된장찌개 등 여러 메뉴를 선보이는 이 곳은 집에서 먹는 듯한 평범한 밥맛이 오히려 강점. 삼성 라이온즈의 포수 진갑용 선수의 아내가 운영하는 김치찌개 전문점 '감바지'도 들러 볼 만한 곳이다.

부산 사직구장은 '야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구장 주변 먹거리 문화도 발전한 편이다. '청송삼계탕', '오륙도', '낙원쌈밥' 등이 야구팬들의 식욕을 해소해 준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선수나 코치진들을 이 곳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인천 문학구장 주변은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에서 인천터미널역 사이 일명 '구월동 로데오거리'에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SK 와이번스의 로고와 유니폼, 사인 공, 배트 등으로 안팎을 치장한 맥주집 '와이번스 펍'이 명물로 꼽힌다.

목동구장은 인근의 서울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주변이 야구팬들이 찾는 먹거리 지역이다. 감자탕집인 '양천뼈다귀'와 고깃집 '담장나무', 맥주집 '호프광장' 등이 사랑받고 있다. 히어로즈가 지난해 목동구장에 둥지를 틀면서 급작스레 유동 인구가 늘어나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는 점이 맹점이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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