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이 야구 전쟁을 벌였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피겨스케이팅 한ㆍ일전이 벌어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연아(19)와 일본 간판스타 아사다 마오(19)가 피겨 여왕 자리를 놓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판대결을 펼친다.
■ 야구와 닮은꼴 한ㆍ일전
세계선수권이 개막한 25일(한국시간) LA 컨벤션센터 연습링크. 한국인 최초로 세계선수권우승에 도전하는 김연아는 "야구 대표팀이 졌기에 이번에는 내가 잘해야겠다"고 말했다. 정상 등극에 실패한 야구 대표팀을 위해서라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겠다는 각오. 김연아는 전날 한국이 WBC 결승에서 일본에 3-5로 지자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자인 아사다는 "일본 야구 대표팀의 파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WBC 2연패를 달성한 것처럼 아사다도 세계선수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아사다는 WBC 우승의 주역 스즈키 이치로의 팬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한국과 일본 양국민의 눈과 귀가 WBC 한ㆍ일전에 이어 피겨 한ㆍ일전으로 쏠리고 있다.
■ 김연아 휴식-아사다 훈련
아사다가 연습링크에서 열심히 훈련할 때 김연아는 연습 대신 휴식을 취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훈련도 중요하지만 쉬는 게 보약이다"며 경기 전날 훈련을 취소한 것과 비슷하다. 브라이언 오셔 코치는 "휴식이 필요할 때다. 오늘 쉬고 다시 시작하면 주말에 최고의 몸 상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사다는 연습링크에서 주특기 트리플악셀(공중 3.5회전)을 가다듬었다. 7,8회 시도에서 3번 성공해 성공률은 약 40%에 머물렀다. 반면 김연아는 남자 선수 연습을 보면서 쉬었다. 김연아는 우승후보 제레미 애보트(미국) 등을 눈 여겨 봤다. 몸은 휴식이 필요했지만 눈과 마음은 빙상장을 떠날 수 없었던 셈이다.
■ 맞대결 막상막하(3승3패)
김연아와 아사다는 성인 무대에서 2006년 이후 6번 격돌해 3승씩 주고 받았다. 2008~09시즌에도 한 번씩 우승을 주고 받았다. 아사다가 그랑프리 결승에서 우승했지만 김연아는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명실상부한 피겨 여왕은 세계선수권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
김연아는 최근 "일본 선수가 연습 도중 방해할 때가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아사다는 "의도적인 진로 방해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고 강조했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맞대결은 연습 방해 논란과 함께 한.일전이란 특수성 때문에 더욱 뜨겁다.
세계선수권 여자 개인전은 28일 규정종목(short program), 29일 자유종목(free skating)을 치르고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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