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지난달 10일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상원의 표결을 하루 앞두고 한 연설 이후 두번째다.
그때는 경기부양법안 통과가 화급한 과제였다면 이번에는 예산안 처리와 금융규제 강화 등이 현안이다. 두번 모두 반대 또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공화당을 넘어 국민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날 연설 분위기는 첫번째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웃음도 없었고, 열정적인 제스처도 없었다. 한시간 가량 진행된 연설과 질의 응답은 시종 차분하면서 진중했다.
격정적인 어조와 영감을 주는 듯한 웅변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지난 번과 비교하면 다른 대통령을 만난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정도였다.
뉴욕타임스는 표정 없는 이날의 오바마 대통령을 군통수권자(commander in chief)에 빗대 ‘수석 교수(professor in chief)’라고 표현하며 “학생들이 수업 끝나는 종소리를 기다리며 조용히 앉아 있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강의하는 격”이라고 촌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일하게 감정의 동요를 보인 것은 AIG 보너스 사태에서 백악관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보다 “성공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내가 뭘 말하려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며칠 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날카롭게 응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대해 여전히 신중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을 전달하려 했다.
그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책임 있는 주택소유자를 돕고 대출을 재개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제 우리는 전진의 신호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경기침체에서 회복할 것이지만 회복까지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예산안에 대해서는 “예산안을 발표했을 때 의회가 복사하듯 그대로 투표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중산층 세금 감면과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 등은 단기적으로 타협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건강보험, 에너지, 교육, 재정적자 축소 등 4대 선결과제는 “예산안의 핵심”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의회를 방문해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예산안에 대한 세부적인 절충에 나선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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