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를 국가기간통신사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국가적 지원을 가능케 한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5일 정부에 의해 입법예고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합뉴스에 대한 한시적 지원과 관련한 조항이 삭제되고, 연합뉴스 경영실적 평가제도가 신설된다. 즉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연합뉴스는 반영구적으로 정부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게 되며, 대신 정부가 합법적으로 연합뉴스의 경영 상황을 살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5일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며 이르면 4월 국회 상임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정부의 입김에 의해 기간통신사가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합뉴스에 공적인 자금 지원이 계속돼 정부의 관여가 커질 우려가 있다"며 "현 정부 들어 연합뉴스 편집 방향의 일관성이 흔들렸다는 목소리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의 경쟁사인 뉴시스 측은 "국민의 눈과 귀가 미디어법안 관련 갈등에 몰려있는 틈을 타서 정부가 기습적으로 입법예고를 했다"며 "불평등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는 입법예고 이후 '뉴스통신정책 방향에 대한 뉴시스의 입장'을 발표하고 "상법의 규율을 받는 주식회사인 연합뉴스에 정부가 뉴스통신진흥법을 만들어 연간 수백억원을 지원금으로 주는 것은 부당하며 이러한 법의 한시 조항 폐지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지원 근거를 만든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우은식 전국언론노조 뉴시스 지부장은 "법 시행 이후 정부가 국가기간통신사 인프라 구축 등을 이유로 연합뉴스에 지원한 돈이 300억원이 넘고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연합뉴스 구독료, KTX 뉴스서비스 등을 통해 들어간 돈까지 따지면 2,000억원에 달한다"며 "정부의 연합뉴스 구독 창구를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하는 개정안 내용도 정부 입김을 강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기간통신사 육성을 위해 이 같은 지원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문화부 측은 부당한 법 개정이라는 주장을 "지나치게 호도된 면이 있다"며 일축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정부가 법 개정을 서두른다는 말들이 있는데 4월, 6월 국회에서 꼭 매듭을 짓겠다는 식의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합뉴스를 지원한다기보다 국가기간통신사의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며 그동안 여러 부처에 나눠져 있던 구독 창구를 문화부로 단일화한 것은 보다 투명하게 일이 처리되도록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래운 연합뉴스 정치ㆍ문화 에디터는 "2003년에 한시법으로 정한 건 과연 6년 후의 뉴스통신 분야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라며 "만일 이후에라도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의 자격에 모자란다면 법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연합뉴스가 '철밥통'을 지킨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경영을 감시하는 조항을 놓고 말들이 많은데 공무원들 입장에선 공적인 돈이 들어가는 곳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말이 되지 않으며 이를 반대하면 자사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 논란과 관련한 토론회의 4월 개최를 준비 중인 미디어행동의 김정대 사무처장은 "과연 연합뉴스가 공적인 돈을 지원받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공적인 기능을 잘 수행했는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보도를 해왔는지를 우선적으로 따져보고 법 개정을 논의하는 게 순서인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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