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한번 돌려 보고 싶다."
올해 초 개각설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던 시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면 "법무부 장관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러 부패사슬을 걷어내는 전방위 사정을 지휘해 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러던 홍 원내대표가 이제는 대한민국 청소를 얘기한다. 물론 '세탁'이나 '청소'나 의미는 매한가지다.
홍 원내대표는 2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있다"며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부패스캔들을 청소를 하고 있고, 장자연 리스트 수사를 통해서 대한민국 권력층 또는 상류층의 섹스스캔들을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야 가리지 말고 대상이 그 누구라도 증거가 있을 때에는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깨끗한 나라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며 "이번만큼은 검찰이나 경찰에서 이들 리스트에 대해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을 두고 표적수사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난센스다. 나쁜 짓 하지 않고 돈 먹지 않으면 처벌받거나 오해받을 이유가 없다"며 "사정기관의 엄격한 사정의지를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몰라 정치권 전체가 숨을 죽인 상황이라 그의 주장은 울림이 크다. "청와대와의 교감 하에 나온 발언으로 무자비한 전방위 사정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세탁론에서 알 수 있듯 이는 홍 원내대표의 지론에 가깝다. 그는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다.
검사 시절 조직폭력패들을 잡아 들였고, 6공화국의 황태자 박철언씨 등 권력 핵심의 부패 스캔들을 파헤쳤다. 국회에 진출해서도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권력 부패를 정조준한 야당의 저격수를 자처했다.
이력으로 봐도 '대한민국 세탁'을 주장할 만한 자격은 갖춘 셈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세탁론'은 5월 말이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는 홍 원내대표가 새로운 정치적 도약을 꿈꾸며 트레이드마크로 삼고자 내놓는 주장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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