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패배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백구(白球) 하나로 세계야구계를 뒤흔든 한국야구대표팀. 하와이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을 때 혹자는 이들의 아시아 예선 통과도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엽 박찬호가 빠진 대표팀은 그렇게 ‘허깨비’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28명의 ‘파란 도깨비’들은 거짓말 같은 준우승 신화를 야구 종주국의 심장부에서 이뤄냈다. 비록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말했던 ‘위대한 도전’은 준우승에서 멈췄지만 전세계에 한국야구의 위대함을 알린 ‘위대한 패배’였다.
한국야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결승에서 10회 연장 접전 끝에 3-5로 아깝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경기 막판까지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끝까지 한국야구의 근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8회말 1사 3루에서 8번 박경완 대타로 나선 이대호(롯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은 뒤 9회말 2사 1ㆍ2루에서 터진 이범호의 극적인 좌전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연장 10회초 2사 2ㆍ3루에서 마무리 임창용(야쿠르트)이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에게 통한의 2타점짜리 중전안타를 맞아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러나 한국야구는 이번에도 세계에 매운 맛을 보여줬다. 3년 전 제1회 대회 4강,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에 이어 이번 WBC에서는 일본과 세계야구를 양분하는 강자로 우뚝 섰다.
로스앤젤레스=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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