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있더라도 강남지역 경찰관을 대폭 물갈이하겠다."(2일,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 "강남지역 경찰 대대적 물갈이 없다."(16일, 강희락 경찰청장) "강북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 대해 물갈이하겠다."(23일, 주 청장).
경찰 지휘부가 이른바 일선 경찰서 '물갈이' 인사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경찰 수장들이 되레 조직을 흔들고 있다"며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주 청장은 23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서장 인사가 마무리 된 만큼 강북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 대해 물갈이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6일 "대대적인 강남 물갈이는 없다"던 강 청장의 공언을 1주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오히려 당초 주 청장이 물갈이 대상에 포함시킨 '강남 3서'(강남, 수서, 서초서) 뿐만 아니라 강북권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강 청장은 이달 초 주 청장 주도로 강남 물갈이가 추진되자 "한꺼번에 수백 명 직원을 뽑아내고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부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직원을 선별해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강남 지역 민원부서에서 8년 이상 근무한 경위급 이하 경찰관 600여명을 다른 지역에 배치하려던 주 청장의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주 청장은 "강 청장이 물갈이 인사가 없다고 한 것이 아니다. 강남만 물갈이하면 공평치 못한 것이라는 것"이라며 서울 전역 물갈이론을 들고 나왔다.
이 같은 갈짓자 인사 방침은 두 사람의 인사 스타일에서 기인한다. 강 청장이 '옥석(玉石)가리기'라면 주 청장은 '분위기 쇄신'을 선호한다. 강 청장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극소수의 잘못으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참 힘 빠지는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주 청장은 서울 강동경찰서장 근무 당시 형사과 직원 70% 가량을 지구대 등으로 전보시키는 등 분위기 쇄신용 물갈이 인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부의 극심한 인사 지침 혼선에 일선 경찰서 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등 성토 일색이다. 한 경찰서 경위는 "도대체 몇 달째 인사 가지고 원칙도 없이 불안감만 키우는 건지 모르겠다.
일선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터지자 지휘부가 전시행정으로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애들도 전학 좀 그만 가자고 하소연하는 것을 지휘부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강북까지 포함시킨 것을 두고 해당 경찰서는 "도대체 강북이 무슨 죄냐"며 반발하고 있다. 강북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경사는 "4대문 안 경찰이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만 많을 뿐 빽 없는 사람들이 와서 고생만 하는 곳 아니냐. 월급만으로 사는 직원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수뇌부가 뻔히 알 텐데 조직 흔들기만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도 "물론 비위 경찰이야 있겠지만 명색이 수장이라는 사람이 '그럴 것이다'는 예측만 가지고 부하직원을 내치려고만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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