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서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변호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억대의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2003년 3월 서울고검장에서 퇴직한 직후 동생이 박 회장에게서 빌린 7억원 중 5억 4,000만원을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보증금으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수석은 "동생이 가진 돈이 있다고 해 빌렸을 뿐 출처를 몰랐고, 빌린 지 7개월 만에 다 갚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이 평검사 시절인 1978년 부산지검에서 근무하면서 박 회장을 만나 친분을 쌓아온 사이인 점에 비춰, 박 회장과의 직접적 거래가 드러날 것을 의식해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수석은 경남 고성 출신으로 부산고검 차장, 부산지검장 등을 지내, 부산ㆍ경남지역을 근거로 사업을 확장해 온 박 회장과 '호형호제'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수석이 지난해 8월 청와대 참모진에서 물러난 것도 박 회장과의 부적절한 거래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설도 파다하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박 회장으로 인한 낙마설을 일축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수석이 지난해 7월 박 회장의 검찰 수사와 국세청 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박연차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자리에는 이 전 수석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참여정부에서 지방국세청장을 지낸 K씨가 모여 박 회장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수석은 "대책회의를 하거나 세무조사에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박 회장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이 전 수석마저 박 회장과 거액의 돈거래를 하고 비리를 감싸주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임에 따라 이 사건 수사는 갈수록 현 정권에도 부담을 더하는 양상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