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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 '번 애프터 리딩' 미리보기/ 돌아온 코엔형제, 농으로 버무린 진담 한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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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 '번 애프터 리딩' 미리보기/ 돌아온 코엔형제, 농으로 버무린 진담 한보따리

입력
2009.03.25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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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정리해고를 당한 CIA요원 오스본(존 말코비치)은 회고록 집필에 몰두하다 자료를 피트니스클럽에서 분실한다. 그의 자료를 주은 채드(브래드 피트)와 린다(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오스본에게 접근해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오스본의 아내 케이티(틸다 스윈튼)는 연방경찰 해리(조지 클루니)와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바람둥이 해리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린다와도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무관해보이던 등장인물 들은 어느덧 밀접한 사이가 되고 이들이 빚어낸 의도치 않은 악연은 연쇄살인극이라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은 농이 듬뿍 섞인 진담 같은 영화다. CIA 자료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의 덧없는 욕망과 남녀의 부적절한 육체관계가 맞물리며 발산하는 차가운 웃음이 현대사회를 비판한다.

감독은 조엘ㆍ에단 코엔 형제. 199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바톤 핑크')과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거머쥔 세계 영화계의 거물이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소수의 광신도를 거느린 이들은 첩보영화의 틀을 빌린 '번 애프터 리딩'에서도 여전히 장르를 농락하고, 스타시스템을 희롱하며 주류 정서를 비웃는다. 3개 키워드로 그들의 영화를 분해했다.

☞ 욕망

욕망은 25년간 코엔 형제의 영화들을 관통해온 키워드. 코엔 형제는 남녀의 불륜 관계가 예상치 못한 비극을 초래하는 과정을 얼음장처럼 차갑게 그려낸 데뷔작 '분노의 저격자'(1984)부터 인간의 뒤틀린 욕망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파고'(1996)는 장인의 유산을 노린 한 남자가 아내 유괴를 꾸미면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는 평범한 이발사가 아내의 외도를 이용해 한 몫을 잡으려 하면서 참극이 잉태된다.

부적절한 사랑과 돈에 대한 탐욕 등 사회 주변부 인간 군상들이 꿈꾸는 비루한 욕망과 파국은 '번 애프터 리딩'에서도 반복된다. 오랜 정부(情婦)를 두고도 다른 여체를 탐닉하는 바람둥이 연방경찰 해리, 오직 성형수술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CIA 정보를 러시아에 팔아 넘기려는 린다 등의 욕망이 맞부딪히면서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은 현대인들의 비뚤어진 실체를 고발한다.

☞ 유머

코엔 형제의 영화들은 현대사회에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대지만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그 웃음은 달디단 당의정으로만 구성돼 있진 않다. 쓰디 쓴 맛이 섞여 눈을 감고 꿀꺽 삼켜야만 하는 블랙유머의 파노라마, 코엔 형제의 장기 중 장기다.

'번 애프터 리딩'도 예기치 못했던 황당한 상황과 부조리한 현실이 줄지어 웃음을 잇는다. 피트니스클럽 직원이면서도 '몸짱'과는 거리가 먼, 비계로 다져진 몸매의 린다,

차를 운전할 상황이 못돼 정장을 입고서 자전거를 타고 전직 CIA 요원과의 접선에 나서는 채드의 모습 등은 전복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그리고선 영화는 의뭉스레 말한다. "이들의 일에서 뭘 배우겠나? 읽고 나서 태워버려!"

☞ 스타

스타배우의 고정 이미지를 뒤집어 극적 효과를 얻어내는 것도 코엔 형제의 주특기. 불임부부의 아기 유괴극을 그려낸 초기작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에서 니컬러스 케이지는 명석하거나 강인한 그의 평소 이미지와는 달리 편의점만 털다 잡히는 좀 모자란 절도범 역할을 맡았다.

지성파 배우 팀 로빈스는 '허드서커 대리인'(1994)에서 팔푼이 시골뜨기로, 성실한 모범생 역할을 주로 맡아온 톰 행크스는 '레이디 킬러'(2004)에서 천재 범죄자로 둔갑했다.

코엔 형제의 허허실실 스타 이용법은 '번 애프터 리딩'에서도 여전하다. '번 애프터 리딩'의 출연진은 '오션스 일레븐'(2001)처럼 스타 전시회를 방불할 정도. 하지만 코엔 형제는 스타들의 매력을 클로즈업해 관객들의 눈을 홀리려 하기보다 스타들의 망가진 모습에 집중한다.

미국 부시정부의 중동정책 등을 비판, "개념 있는 연기자"로 평가 받는 클루니는 배꼽 밑 일에만 오직 집중하는 속물로, 어느 각도에서도 '그림'이 나온다는 절세미남 피트는 엇박자 '통아저씨' 춤을 추는 동네 양아치로 변신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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