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움직임을 너무나 빤히 들여다보는 은행강도들. 특수기동대의 진입과 동시에 폭발물이 터지면서 강도들은 인질 틈에 섞여 유유히 도망을 친다. 그런데 그들이 은행에서 훔쳐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랜만에 긴박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 영화 '카오스'의 내용이다.
'카오스'는 멋진 형사들의 영화다. 인질이 숨진 사건으로 정직을 당했던 코너스 형사(제이슨 스태덤)는 잠복을 하면서 조급하지 않고, 돌아온 연인마저도 냉정하게 뿌리칠 줄 아는 베테랑 형사의 모습을 과시한다.
또 다른 주인공, 코너스 형사의 파트너인 신참 형사 데커(라이언 필립)는 어떤가. 꽃미남 외모만 해도 더할 나위가 없는데 경찰 영웅의 아들이라는 타고난 고귀함에, 모두들 지나치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 기민한 추리력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런데 그 멋진 형사와 범인이 서로 구분되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반전이 묘미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의 '나비효과'를 운운하는 은행강도(웨슬리 스나입스)와 그가 협상 대상자로 콕 찍어서 요청한 정직중인 형사 코너스는 무슨 관계일까?
코너스 형사가 정직을 당한 계기였던 인질이 숨진 사건과 은행강도 사건은 어떤 관계일까? 또한 강도는 은행에서 무엇을 훔쳐냈을까? 영화는 이러한 의문점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볼만한 추격장면과 폭발장면 등 액션물의 볼거리도 곁들여진다.
단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혼돈이론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말 것. 영화의 제목 '카오스'는 그저 겉보기에 혼돈스러워 보이는 사건을 의미할 뿐, 사실은 어느 한 사람의 치밀한 계획과 음모일 뿐이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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