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9,000억원 규모의 '슈퍼 추경' 편성이 마무리된 상황. 국회 통과 과정에서의 진통이 있겠지만, 이제 관건은 얼마나 제대로 집행이 되느냐 여부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복지예산이든 추경예산이든 단 한 푼의 돈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히 살피겠다"며 거듭 예산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제시한 해법은 예산집행 실명제 도입 및 횡령금 2배 추징. 더 이상 나랏돈이 새는 일 없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지만,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의 관심은 오로지 얼마나 많은 예산을 배정 받느냐에 집중돼 있었을 뿐이다. 실제 집행 과정은 실무자에게 맡겨졌고, 담당 간부들의 관심 밖이었다.
특히 지방교부금의 경우 일단 지방자치단체에 넘어가면 사용처 확인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실무 집행 단계에서 횡령 등 비리가 잇따르는 원인이 됐고, 사고가 발생해도 집행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예산집행 실명제는 예산 집행 과정의 상급 간부들까지 실명을 남기고 단번에 추적이 가능한 제도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시를 한 만큼 세부 추진 방안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해 보겠다"며 "예산 집행 단계에서 실무자급 이상의 상급자 실명까지 동시에 남기고 통합 관리한다면 지금보다 한층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횡령이 적발되는 경우 횡령액의 2배를 추징하겠다는 조치 역시 일선 공무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거라고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줄줄 새고 있는 복지전달체계를 완전히 정상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예산집행에 실명제가 운용이 되고 있다는 게 복수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예산 편성에서 배정, 교부, 그리고 집행까지 단계별로 결재가 이뤄지기 때문에 추적을 하자면 얼마든 담당 공무원을 파악할 수 있다"며 "실명제라는 이름만 없었을 뿐인데, 뭐가 달라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더구나 처벌의 강도를 높인다고 해서 비리가 완벽하게 근절될 거라고 보기도 힘들다.
특히 수십 명의 중앙정부 인력이 전국의 모든 지자체를 점검하는 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중앙 정부에서 최종 수급자로 이어지는 통한 복지전달체계를 조기 구축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얼마나 완벽한 시스템이 구축될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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