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대 1조달러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마련해 금융권 부실자산을 해소키로 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23일 금융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이 같은 내용의 금융부실 해소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가이트나 장관은 이미 지난 달 비슷한 구상을 밝혔지만 당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하루 만에 8.7%나 하락하는 역풍을 맞았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인터뷰에서 "정부 단독으로는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금융기관의 부실재산을 인수하려는 민간펀드에 정부가 적정한 이윤과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민관합동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금융자산 처리 계획에 대한 기대감으로 23일 홍콩 4.78%, 일본 3.39%, 한국 2.44%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어 열린 유럽증시는 독일이 1.4% 등 주요국 증시가 1% 내외 상승했고, 미국 증시 주요지표도 일제히 2%대 급등 출발했다.
재무부가 발표한 부실자산 해소 방안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민관합동펀드에 매입금의 80% 내외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민관합동펀드를 통해 모기지증권(MBS)을 매입하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존 긴급유동성지원프로그램(TALF) 기금을 확대하는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관합동펀드의 경우 헤지펀드, 사모펀드, 연금은 물론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투자자까지 끌어 들여 정부자금 5,000억달러, 민간자금 5,000억달러 등 1조달러 규모의 부실자산 해소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민간의 참여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는 것인데 최근 월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고 의회가 금융회사 임원의 보수를 제한하려 하고 있어 민간의 참여가 얼마나 활발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재무부로부터 부실자산 해소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뮤추얼펀드사 블랙록의 로런스 핑크 최고경영자는 "민간의 입장에서 보면 민관합동펀드 투자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며 "나중에 이 계획이 성공한다고 정부가 투자 수익을 가로채는 일이 벌어지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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