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부산 경남(PK)을 중심으로 20여년 간 방사형 마당발 인맥을 구축해왔다. "PK출신 정치인치고 박 회장과 밥 한 번 안 먹어 본 사람이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야를 넘나드는 박연차 인맥의 출발점은 지역으로는 그의 고향이자 사업 기반인 PK, 시기로는 문민정부 무렵이다. 당시 박 회장이 정치권에 손을 뻗은 계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약투약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난 직후라는 점에서 유추해 볼 수는 있다. 한 관계자는 "부산 신발업을 평정한 박 회장은 1990년대 초 부산 재계 최강자로서 민주계 실세들과 교분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의 인연도 여기서 출발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역시 김해가 연결 고리다. 88년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도전할 당시 친형 노건평씨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내놓자 이를 사들인 이가 박 회장이었다. 반면 국민의 정부 실세들과 박 회장의 관계는 도드라진 게 없다. PK를 토대로 인맥을 쌓아온 박 회장이다 보니 김대중 정권과는 연결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인맥은 '새끼 치듯' 뻗어나가는 특징을 보인다. 거칠지만 뒤탈없어 보이는 그의 이미지가 여러 사람들을 방사선 인맥으로 엮는 촉매가 됐다고 한다. 한 정치인은 "'너 OOO아냐. 밥 자리 한번 하자'는 식으로 사람들을 만나 왔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을 알게 된 게 노건평씨를 통해서"라는 얘기는 그의 거침없는 교우 방식을 잘 보여준다.
박 회장의 정치권 로비가 세인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이다.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간 김혁규 전 지사와 건평씨를 '코어'로 삼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2006년 5월 박 회장이 당시 여당 국회의원 20여명에게 최고 500만원씩을 후원하는 과정에 다리를 놓은 이가 바로 김 전 지사다.
정권이 바뀌자 박 회장은 PK 출신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통해 이명박 정부 인사들을 엮으려 했던 것 같다. 두 사람은 고인이 된 천 회장 동생을 통해 오래 전부터 친분 관계를 맺어왔다고 한다. 한 여권 인사는 "박 회장과의 친밀도를 보면 천 회장이 1번, 김 전 지사가 2번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인맥 관리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안면을 몰수하거나 한쪽에 '올인'하는 행태는 아니었다. 한 지인은 "박 회장은 사람들을 두루 사귀었다. 밑밥을 골고루 뿌려 놓았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야당이 된 한나라당과의 인연을 이어갔고 2000년에는 당 재정위원을 맡기도 했다. 당시 박 회장은 김해 출신인 한나라당의 실세 사무총장 김영일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웠다.'대통령의 후원자'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꾸준히 만나왔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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