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시행령 입법기간을 90일에서 40~50일로 대폭 단축하겠다는 법제처의 방침은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나날이 커지고 있는 신속한 정책 대응 요구에 행정이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제처가 어제 국무회의에 보고한 '임시국회 법률안 처리 및 하위법령 조기 마련 대책'에 따르면 시행이 시급한 민생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기 전에 시행령(안)을 마련한다. 이어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곧바로 입법예고를 하고, 이와 동시에 규제 심사 및 법제 심사에 착수함으로써 시행령과 시행세칙 등 하위법령 입법기간을 최대한 단축한다.
이미 종합부동산세법과 국가공무원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등의 시행령을 법률 공포와 동시에 마련하는 실험이 성공을 거두어 법제처의 업무능력 면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민생법안 범주에 들기 어려운 다른 법안의 시행령 마련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부작용이야 피할 수 없겠지만, 일의 완급을 가림으로써 행정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음을 감안하면 감내하고도 남을 만하다.
하위법령을 서둘러 마련하다 보면 범하기 쉬운 '졸속' 여부도 검토기간의 장단이 아니라 관련 공직자들의 업무 기강과 자세에 달렸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아무리 신속한 하위법령 정비 체제를 마련해 놓더라도 해당 법안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할 수 없다면 무의미하다. 가령 하위법령 정비에서 두 달을 절약해도 국회의 법안 처리가 그 이상 지연된다면 애초의 조속한 법 시행은 불가능해진다. 하위법령의 조기정비 태세는 신속한 법안 심의 필요성을 국회에 깨우치는 또 하나의 심리적 압박 요인이 되어 마땅하다.
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돼야 할 89개 법안을 간추려 놓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못한 편이다. 이런 우려는 4ㆍ29 재ㆍ보선을 앞둔 정치적 이해 상충에 추경예산안 처리 문제, '박연차 리스트' 수사까지 감안하면 더욱 커진다. 법제처의 자세를 반기면서도 자꾸만 눈길이 국회로 쏠리는 게 다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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