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주요 경제단체들은 위기를 극복하기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각종 규제의 철폐, 신규시장 개척은 물론 새로운 노사관계 역시 이들 단체의 현안이다. 경제난을 타개하기위한 각 단체의 현안과 대응방안을 단체장들을 통해 들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인터뷰=이종재 국차장 겸 경제부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위기 대응책으로 내놓은 정부의 재정확대가 전국 기업들에게 고루 효력을 미치기 위해 녹색 뉴딜 사업물량의 절반이상을 지방기업들에게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 "일부 기업의 경우 공장을 확대하려고 해도 공장 신증설 규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해외로 이전할 것을 검토중"이라며 각종 규제 철폐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당정의 대기업 투자 확대 요청에 대해서는 "이런 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대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촉진을 위해 대기업 R&D비용 세액감면(현 6%)을 중소기업 수준(25%)으로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회장은 특히 노사간 새로운 관계정립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전국 71개 지방상의와 협의해 '지역별 노사민정 대 타협'을 추진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과정에서 많은 양보를 했다"고 전제, "한시라도 빨리 원안대로 비준돼 협정이 발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 많은 의료인들과 함께 시식회까지 열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지지했다"며 "FTA가 예정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각한데, 우리 경기는 언제쯤 회복될 것 같습니까.
"1929년 대공황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경기를 전망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는 데다 동유럽발 금융위기까지 더욱 불거지고 있어 어려움이 더욱 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1년이 조금 넘었고, 국내외 경기지표가 일부 호전되고 있어 올해 중 저점을 찍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구나 미국에서 전해오는 몇가지 지표들은 조금 일찍 회복 가능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너무 낙관도, 비관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기는 분명 회복된다는 믿음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각국 정부가 연일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이 8%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을 추진 중입니다.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기부양액 비율이 17.6%에 이른 것을 비롯해 일본(16.9%)과 미국(7.3%)도 적극적입니다. 우리 정부도 재정 건전성 때문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5.8%로 예상됩니다. 상반기 재정집행이 조기에 이뤄진다면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
- 특히, 지역경제가 어렵습니다. 상의 회장으로서 최근 지방을 잇따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올 초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지방 기업인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있는데, 정부에서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돈 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담보력이 부족하지만, 기술력과 수주물량 등을 보고 대출을 해달라는 게 지방 상공인의 목소리입니다.
30~40% 일감이 준 기업은 보통이고, 아예 일거리가 뚝 끊긴 데도 적지 않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녹색뉴딜 사업의 공구별ㆍ공종별 분할발주 물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체 물량의 50%를 지방기업에 배정해 줘야 합니다."
- 지난달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민정(勞社民政) 대타협이 이뤄졌는데, 향후 재계가 추진할 일은 무엇입니까.
"이번 노사민정 합의의 핵심 내용은 '노동계는 임금을 양보하고 경영자들은 고용유지에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거 네델란드나 아일랜드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지만, 기존 임금을 깎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입니다.
이번 합의 이행을 위해 대기업들은 임원과 대졸초임 삭감을 통해 신입사원 채용수준을 줄이지 않으면서 인턴을 늘리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입사원 임금삭감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이런 문제점은 후속조치 추진 과정에서 고통분담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상의는 이번 합의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국 71개 지방상의와 협의해 지역별로 노濚适?대타협을 이끌어 낼 예정입니다."
-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요청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규제완화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규제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철폐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 철폐ㆍ완화로 인한 실익을 고려해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최근 지방상의를 돌아보면 많은 기업들이 입지, 환경, 노동 규제의 어려움을 많이 호소합니다.
공장 신ㆍ증설시 기존 공장부지와 새로운 공장부지를 하나의 단지로 보아 개발허용면적을 3만㎡로 제한한 '연접 개발행위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초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다른 지역에 공장을 짓도록 해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모 기업의 경우, 최근과 같은 불황기에도 물량증가에 따른 공장증설이 필요하지만, 규제때문에 기존 공장까지 해외이전을 검토할 정도입니다. 오염물질 배출여부와 무관하게 특종 업종지역의 공장설립을 막는 환경규제나 노동규제 등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 25일 대한상의 회장으로 연임하게 됐는데,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무엇을 꼽고 계신가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기업의욕과 경제활력 회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업무입니다. 회원 뜻을 반영해 앞으로도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완화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입니다.
특히, 지역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지방상의와 공동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중소기업 간 가교역할을 할 것입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지방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에 관련 내용을 적극 건의할 예정입니다."
■ 손경식 회장은
1994년부터 CJ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고 2005년 11월부터 서울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수행해왔다. 지난달 25일 서울상의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20대 회장에 재선임돼 관례대로 25일 열리는 대한상의 총회에서도 20대 회장에 재선임될 예정이다.
손회장은 상공업계 권익을 대변하고 정부ㆍ기업간 가교역할을 무난히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구성한 대한상의ㆍ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공동 '규제개혁추진단'이 대표적이다. 이 조직은 1년 만에 300여건에 이르는 규제개혁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올해로 고희를 맞는 손 회장은 전국 곳곳을 찾아가 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챙기는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만난 기업인만 올들어 현재까지 부산, 대전, 전주 등 10개 지역 300여명을 넘는다. 제출된 건의를 빠짐없이 챙겨 반드시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의 요즘 관심사중 하나는 일자리 만들기다. 최근 성과를 내고 있는 '노사민정 대타협', '중소기업 청년인턴 사업', '기능인력 양성' 등이 고용창출을 위한 역점사업이다. 세제발전심의위원장도 맡고있어 소득세·법인세·상속세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도 손회장의 주요 관심사다.
■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한상의는 125년의 역사(전신 한성상업회의소)를 지닌 우리나라 상공인들의 본산.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1952년 설립된 법정 경제단체로, 전국 71개 지방상의 및 해외상의 등과 유기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대한상의 핵심업무는 단연 '기업의 경영애로 해소와 경쟁력 강화'. 경제현안에 대해 기업인들의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한다. 한편으론 '기업애로종합지원센터'를 두고 경영애로를 수렴ㆍ해결하는 '기업애로 해결사' 역할도 맡고 있다.
상의는 산업인력 양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8곳에 위치한 인력개발원을 통해 지난 15년간 5만여명의 산업인력을 길러냈고, 100%에 가까운 취업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자, 컴퓨터활용능력, 워드프로세서 등 자격증 발급업무를 통해 취업시장의 사회적 요구에도 부응하고 있다.
상의는 신상품 바코드를 등록을 통해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지속가능경영 분야에도 많은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정리=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사진=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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