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금융기관 임원의 월급 규제를 추진하겠다." "매카시식 마녀사냥이다."
보험회사 AIG가 구제금융을 받으면서도 2억1,800만달러의 임원 보너스를 지급해 전국민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킴에 따라 미국 정부가 대대적인 임원 월급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계가 규제 강화는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극렬 반대해 정부와 금융 업계 간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는 기관 뿐 아니라 모든 금융 기관의 임원에 대한 임금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규제안은 실적 위주의 임원 임금 책정, 구체적인 실적이 있을 경우에만 보너스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구체적인 안은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9일 미 하원은 AIG 보너스의 회수를 위해 소득 25만달러 이상 직원이 받은 보너스에 최고 90%의 중과세를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도 이번 주중 보너스를 받은 개인에 35%, 보너스를 지급한 기업에 35%의 세금을 부과하는 별도 법안에 대한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일련의 강경 규제안은 금융 구제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이유 뿐 아니라 현재의 국민적인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뉴스위크는 최신호(30일자)에서 "AIG 경영진에 대한 범국민적인 분노와 다수의 공공의 적이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은 민주당이 미국 정치를 다시 세울 호기"라고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주 AIG의 보너스 지급 사실을 듣고 "화가 났다"고 솔직한 감정을 표출한 것도 국민과 한 편에 서 있음을 보여 주려는 일종의 포퓰리스트적 발언일 수 있다는 소리다.
금융 기관에 대한 미국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코네티컷주 윌턴에 위치한 AIG의 금융부문 본사 및 임원진의 집을 돌며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보복 테러를 우려한 AIG측이 '회사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지 말고, 밤에는 혼자 다니지 말라'는 등의 안전 수칙을 적은 서한을 직원들에게 보냈을 정도다.
하지만 금융권은 엄격한 규제가 세계 1위인 미국 금융 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은행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이 가장 큰 장점을 지닌 산업인 금융업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는 매카시식 마녀사냥이며 가장 반미국적인 조치"라고 분노했다.
금융기관 CEO들도 한 목소리로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특별 세금으로 인해 우리가 소중한 인재를 잃는다면 금융ㆍ경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도 "전문 인력들이 금융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임직원과의 전화회의에서 "정부와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정부의 강경 규제안이 건전한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정부에 대한 신뢰까지 깎아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의 텔레그라프는 "정부의 강경 행동이 투자자의 신뢰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깎아 내리고 미 금융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적었다. 시카고 트리뷴도 21일 "건전한 금융 기관에 일하는 이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