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박연차 대질신문'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은 정치인들이 애초 관련 사실을 부인하다가도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일단 박 회장이 돈을 준 사람과 시점 등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검찰 조사에서 이들과 대면한 자리에서도 돈 받은 사람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관련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도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에서 관련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돈 받은 사람과의 대질 과정에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라며 박 회장이 대질신문에 임하는 태도를 전했다.
박 회장은 검찰이 새로운 의혹을 추궁하면 일단 방어적인 자세로 부인하다가도 물증이 나오면 관련 사실을 대체로 술술 털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박 회장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고 보아 박 회장이 털어놓는 '명단'을 근거로 정ㆍ관계 로비에 대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으며, 한번 얘기를 시작하면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회장한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박 회장과 장시간 대질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검찰에서 수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한 이 의원이 이 전 원장과 송 전 시장처럼 박 회장 앞에서 혐의를 털어놓게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추부길 전 청와대비서관에 대해서는 박 회장과 대질신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면 대질신문을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