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992년 국교 수립 후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우리 경제는 중국 경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최근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기록해온 중국이 글로벌 불황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그래도 중국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고,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준비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중국 경제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불황'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 아닌가. 춘절이 있던 연초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 이 일대 상가에서 불황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상하이 난징동루(南京東路)의 전자상가 직원 슝샤오링(宋小玲ㆍ여)씨>상하이>
"졸업 앞두고 미국의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어려움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에 적극적이어서 취업을 걱정하는 친구는 주변에 없다."<상하이 화동(華東)대 학생 장린샹(長印祥ㆍ26)씨>상하이>
폐쇄적인 경제 시스템으로 10년 전의 경제위기를 무사히 넘긴 중국.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개방 경제로 전환해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온 중국이지만, 이번 글로벌 불황의 파고를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에서 불황의 그림자를 찾아 보기란 쉽지 않았다. 19일 상하이의 대표 상권인 난징동루와 화이하이루(淮海路)는 평일 낮 시간인데도 고객들로 넘쳐 났다. 잡화, 가전제품, 명품 매장 등은 내ㆍ외국인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소상공인과 백화점 직원, 대학생 등 중국인들의 얼굴은 밝았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종 경제 지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OTRA 상하이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10.4%에서 34분기 9.0%, 4분기 6.8%로 급격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도 지난해 11월 감소세(–2.2%)로 접어든 뒤 12월 2.8% 줄었고, 올해 2월에는 25.7% 급감했다. 수출로 성장한 중국 입장에서는 분명 위기인 셈이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이 웃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풍경의 원인은 무엇일까. 상하이 푸단(复旦)대 경영관리학원 리위앤쉬(李元旭) 교수는 "탄탄한 중국의 내수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리 교수는 "2001년 WTO 가입으로 중국의 대외무역이 글로벌 불황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내수 경제는 덜 개방돼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고 있고 미개척 내수 시장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대다수 국가에서 소비가 감소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약 20% 증가했다. 예전과 큰 차이 없는 증가세다.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이 내수 위주의 성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관치 경제가 여전한 중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글로벌 불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하이 KBC 관계자는 "해외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데다 중국 내 실업 증가 등으로 소비회복 지연 가능성이 있어 많은 기관들이 중국 정부의 8% 성장 목표에 회의적인 반응"이라며 "하지만 경기 부양 효과가 하반기 본격화 하면 중국 정부의 장담은 허언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베이징현대 상하이 북현딜러 선강 총경리
"미국발 금융위기로 상하이GM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北京)현대에겐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글로벌 불황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이 30% 이상 위축됐지만,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상하이 북현딜러 선강(深鋼ㆍ사진) 총경리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6% 이상 성장했다"며 "작년 말과 연초 자동차 판매가 잠시 주춤했지만, 1월 중순 중국 정부의 자동차시장 부양책이 발표되면서 베이징현대의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1,600cc 이하 자동차에 대한 구입세 50% 감면과 유가 30% 인하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베이징현대는 올해 1, 2월 작년 동기비 38.1% 늘어난 6만7,191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특히 2월 한 달에만 전년 동기비 72.3% 치솟은 3만2,008대를 팔아치웠다.
부양책에 기댄 실적이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선 총경리는 "물론 그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고품질과 중국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베이징현대 자동차의 인지도가 삼성, LG 등과 맞먹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현대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7% 이상으로 전체 자동차 업체 중 4위를 달리고 있다.
선 총경리는 올해 하반기 중국 내수시장이 회복되면서 베이징현대의 약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도 연 20%대의 소비증가율을 보일 정도로 중국 내수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향후 2년간 4조위안(한화 880조원)이 투입되는 정부 부양책이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면 자동차는 물론 산업 전반에 활기가 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하이=글ㆍ사진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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