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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담대한 희망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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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담대한 희망의 시련

입력
2009.03.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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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 "세기적 경기불황 상황을 헤쳐나갈 희망의 불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미 CBS 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바닥을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음을 근거로 한 얘기다. 그러나 취임 3개월에 막 접어든 그에 대한 세계 언론들의 평가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대선 공약과 의욕적 경기부양책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환호와 열정은 사라지고 실망과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봇물을 이룬다. 80%에 육박했던 지지도는 이제 5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 AFP통신은 "오바마에게 '순결의 시대'는 갔다"고 진단했다. 모든 것을 전임 부시 정부의 탓으로 돌리던 시간은 지나고 오바마 정부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AIG 보너스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미국민들은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은 AIG의 직원들이 거액의 보너스를 받는 것을 막지 못한 오바마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이 뒤늦게 보너스의 90%까지 세금으로 환수하는 법안을 가결했지만 대중의 분노에 영합한다는 포퓰리즘 논란에 휘말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AIG사태에 분노를 같이하면서도 헌법 테두리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 대선 공약의 수정과 변질은 열렬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16개월 내 이라크 전면 철군' 약속은 부분 철군으로 바뀌었고 시기도 늦춰졌다. 행정부에 로비스트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공약과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예산 축소 약속도 정치현실 앞에 크게 후퇴했다.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 대신 과감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하겠다는 스마트 파워 외교론도 빛이 바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새로운 출발' 메시지를 보냈으나 "구호에 불과하다"는 싸늘한 반발이 돌아왔다. 북한과의 대화도 이른 시일 내에 실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 지지자들은 타협주의자라고 비난하, 보수진영에서는 사회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통치철학이 뭐냐는 비판이 따갑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초당 정치도 힘을 잃었다. 공화당이 대안도 없이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내부의 반대까지 겹쳐 주요 정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직접 설득에 나서 "변화는 하룻밤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인내를 호소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가 내세운 담대한 희망의 시련이자 실용주의 소통정치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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