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수첩에 적혀 있는 이름들을 중심으로 불법자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을 좁혀가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박 회장의 수첩에는 정관계, 재계 인사들과의 식사 약속 등이 빼곡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회장의 주요 활동 영역이 김해 등 부산ㆍ경남 지역이었던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그 지역에 출마했거나 당선된 정치인들의 이름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 회장이 부산ㆍ경남 지역 정치인들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자금을 살포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태광실업과 계열사의 회계자료를 분석해 성격이 불분명하게 빠져나간 돈이 있는 시점을 파악한 뒤, 수첩을 보고 그 즈음에 박 회장이 만난 인사들과 그 돈이 연관이 있는지 추궁하는 식으로 혐의를 확인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민주당 이광재 서갑원 최철국 의원, 한나라당 권경석 허태열 의원,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박관용ㆍ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이 망라돼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불법자금 수수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이 불법자금의'창고'역할을 한 사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19일 구속된 이정욱 전 열린우리당 김해갑 후보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부 정치인들이 불법자금을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노건평씨가 중간 다리역할을 하기도 했다.
노씨는 박 회장에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정보를 알려주고, 박씨가 이를 토대로 세종증권 주식을 매입해 259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바 있어 그들간의 '검은 커넥션'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검찰이 사법공조를 통해 추적하고 있는 태광실업 홍콩법인 APC자금도 향후 새로운 회오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요청한 계좌추적 자료가 일부 왔는데 별게 없었다.
모두 추적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일 것"이라며 "APC자금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에게 건네졌다는 일부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은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에 나오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는 싯구를 인용하며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박 회장의 자금이 현직 고검장급에게 전달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명백한 오보로, 외부에서 수사진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며"내부 인사가 얽혀있어 수사가 멈칫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던데 아는 사람이 더 무섭고 독하게 수사한다"며 말했다. 또 "(밖에서) 어떻게 흔들든지 간에 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고 덧붙였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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