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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착한 밥상 이야기' 순한 맛으로 버무린 담백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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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착한 밥상 이야기' 순한 맛으로 버무린 담백한 에세이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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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신 지음/동녘라이프 발행ㆍ264쪽ㆍ1만2,000원

'진부령 덕장에서 동해의 찬바람과 바닷바람을 쐬어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마른 황태에는 바다의 푸르른 기상과 맑은 기운이 담겨 있다. 돌나물이나 취나물 같은 봄나물에는 자기를 지키려는 애절한 그리움의 맛이 서려있다.'(20쪽)

몸에 좋은 음식이나 조미료를 쓰지 않는 음식 만들기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착한 밥상 이야기> 도 그런 책이다. 하지만 저자 윤혜신(44)씨는 이 책에서 단순히 좋은 재료나 조리법만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좋은 재료를 구하고 다듬는 마음, 그 재료를 써서 순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마음, 또 그것을 귀하게 즐길 줄 아는 마음의 풍경을 수채화처럼 담백한 에세이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한식 궁중요리 전문가이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로 이어진 솜씨를 배웠다고 한다. 2001년 프랑스에서 열린 '한국 전통요리 축제'에 주요리사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 강남의 한 자락에서 번듯한 고급 한정식집을 차리는 대신, 몇 해 전 충남 당진의 한 시골마을에 정착했다. "서울에서는 내 속도가 아닌 '그들의 속도'로 살아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며 "나만의 리듬과 의식을 가지고 깨끗한 노동을 하며 살고 싶었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쉽지 않은 결심을 감행할 만큼, 음식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확고하다. 궁중요리를 기본으로 하되 사찰요리, 자연요리가 특기인 저자는 "생명이 가득한 제철 재료를 정갈하게 손질해 그것이 갖고 있는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리는 게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그 밥에 그 나물' '나는 야한 음식이 좋다' '마음으로 먹는 밥' 등의 이야기가 담긴 1부 '몸이 살아나는 밥상 이야기'에 담겨 있다.

당진에서 '미당'이라는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애초엔 농사를 짓고 싶었지만 능력이 없어서 소박한 밥집을 차렸다"고 한다. 하지만 전원에 널린 싱싱한 재료들 속에서 그는 행복하다. 이 책의 3부 격인 '시골 식당 미당 이야기'는 각종 나물 이야기와 단골 화가에서부터 시골 건달까지, '미당' 주변의 인물 얘기를 감칠맛나게 버무렸다.

책에는 '착한 밥상'을 위한 73가지 음식의 레시피도 수록했다. 하지만 독자를 '착한 밥상'으로 이끄는 것은 순하고 느린 시골에서 귀하고 맛난 것을 찾아내는 저자의 안목이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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