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자영업자가 무너진다… 대한민국이 '흔들'/ 하루 1만명 꼴로 문 닫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자영업자가 무너진다… 대한민국이 '흔들'/ 하루 1만명 꼴로 문 닫아

입력
2009.03.24 23:59
0 0

서울 석관동 H칼국수 나정분(50ㆍ여) 사장은 요즘 폐업을 준비 중이다. 나씨가 칼국수집 문을 연 것은 2년 전. 처음엔 수입이 꽤 짭짤했다. 하루 매출 80만원, 월 순익만 500만원을 넘나들었다.

장사의 재미를 느낀 것도 잠시. 지난해부터 사정은 급격히 나빠졌다. 하루 매출이 30만원대로 뚝 떨어졌고, 원재료비는 폭등했다. 그래도 그 때나 지금이나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은 5,000원. 나씨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손해는 갈수록 커져 가니, 더 이상 장사를 하는 의미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자영업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한다.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던 이들은 그나마 창업이라는 버팀목이 있었지만, 지금 간판을 내리는 자영업자들에겐 아무런 안전판도 없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는 순간, 곧 바로 빈곤층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2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2월말 현재 555만8,000명으로 최근 3개월 새 무려 54만5,000명이 감소했다. 하루 평균 6,000명 꼴이다. 신규 창업자를 감안하면 실제 하루에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1만명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는 더 문제다. 소상공인 업체 10곳 중 6곳(58.9%)이 최근 적자를 내고 있다는 조사(중소기업중앙회)나, 응답자의 65.4%가 사업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는 조사(소상공인진흥원) 등 자영업의 현실은 참담하다.

자영업 붕괴는 충분히 예견됐다. “한 집 건너 하나씩 음식점”이라는 얘기가 절대 과장 섞인 표현이 아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는 4명 중 1명 꼴(25.3%). 노동연구원 금재호 센터장은 “자영업자 비중이 10% 안팎인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중ㆍ장기적으로 절반 정도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곪은 상처가 하루 아침에 치료되길 기대하긴 무리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책과 함께 중ㆍ장기적인 근본 해법을 주문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이대로 방치했다간 엄청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문을 닫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추락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