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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월드 경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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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월드 경제 클래식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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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베이징 올림픽 경기에 이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 야구대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어제 는 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어린 시절 우리의 한국 야구를 생각해 보면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다. 1982년 야구대표 팀이 세계 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을 누르고 우승하여 전 국민이 환호한 적이 있지만, 생각해 보면 당시 일본 팀은 프로 팀이 아닌 아마추어 팀이었고 그것도 외국이 아닌 우리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였다.

WBC 결승 오른 한국 대표팀

그런데, 당시 일본의 아마추어 팀을 이기기고 좋아했던 한국 야구가 어느새 해외에서 일본의 프로대표 팀을 밥 먹듯이 이기면서 한 번이라도 지면 분해하고 있으니 이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인가 싶다.

이런 한국 야구의 발전에 대비되는 것이 쿠바 야구대표 팀의 부진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미국의 프로선수들이 두려워하였던 쿠바 야구 선수들이 한국과 일본에게 연거푸 무너지는 모습 또한 격세지감을 일으키는 것 같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는 야구의 프로구단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아마추어 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정부가 계획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고 있는 종목인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민간 기업들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프로구단들에 의해 야구가 발전하고 있다. 이번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보면서 단순한 스포츠 팬의 입장을 떠나서 경제학자로서 관심이 생기는 것은 쿠바의 야구와 한국의 야구를 비교하는 것이 정부가 계획하고 주도하는 경제와 민간이 계획하고 주도하는 경제를 비교하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중앙 정부에 의해 계획되고 강제되어서 운영되는 경제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특히 아직 국가의 경제 기반이 미약하여 민간인들이 자본이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면 정부가 주도하여 경제를 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이 일찍이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독일 러시아 일본 등이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며, 1970~80년대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 또한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쿠바의 야구에 한계가 있어 보이듯 이런 정부 주도의 경제 발전 또한 한계가 있다. 이제는 먼 과거가 되어 버린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이 증명해 주듯이 경제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은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들에 의한 경제와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40년 전에는 북한보다 못 살았던 한국의 경제력이 지금의 상태에 이른 것은 한국 야구 발전에 비교할 수 있는 기적이다. 한국 야구가 프로 팀을 창단하여 쿠바와는 다른 길을 걸었듯이 이 과정에서 한국의 경제는 정부의 주도에서 점차 벗어나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로 변화해 왔고, 그 결과 현재 우리의 기업들은 월드 경제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세계의 경쟁 속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대회에서 대표 팀의 성적이 부진하면 팬들이 대책을 세우라고 아우성을 치듯이 경제가 어려워지면 마음이 급해진 정부와 국민들은 무엇인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믿게 된다. 사실 경제가 어려울 때 분명히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경제도 야구처럼 자율 육성을

하지만 야구대표 팀 성적이 나쁘다고 프로 선수들을 모두 태릉 선수촌에 넣고 몇 달 동안 합숙 시킬 수 없듯이 정부의 역할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어야 한다. 야구 발전을 이끄는 것이 스스로 열심히 훈련하는 야구 선수 개개인이듯이 경제 발전을 이끄는 것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하나하나의 기업들과 한 명 한 명의 국민들이지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두 경기에서 성적이 부진하다고 초조해지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의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당장의 경제가 좋지 않다고 정부의 성급한 대책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 개개인이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과 정부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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