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헌은 의원들이 의원총회 결의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크로스보팅(자유투표) 권한을 명시한 국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관계자는 20일 "국회법은 의원이 당론에 구속되지 않고 소신에 따라 크로스보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이 의총 결의에 반대되는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당헌 규정을 둠으로써 사실상 자유투표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개정된 국회법은 114조에 2항에서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크로스보팅 권한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헌 제73조에 '의원은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도 '의원총회에서 의결한 사항에 대해 의원이 국회에서 그와는 반대되는 투표를 했을 경우에 의원총회는 의결로서 그에 대한 소명을 들을 수 있다'는 별도 조항을 둠으로써 사실상 당론 투표를 주문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소명을 듣겠다는 것은 앞으로 공천 탈락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뜻이므로 당헌은 사실상 당론 투표를 강제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의총 결의에 따르라는 당헌 규정이 위헌은 아니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국회법에 명시된 의원들의 자유투표를 보장하기 위해 조속히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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