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면 누구나 문자 언어로 된 책을 떠올린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불어 등 각 나라의 문자 언어로 된 책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문자 언어를 배워서 읽는다. 아마도 우리는 평생 동안 각 나라의 문자 언어를 공부하며 지식을 축적하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류는 문자 언어보다 훨씬 더 많은 조형(造形) 언어로 씌어진 사상의 역사가 있는 줄은 잘 모르고 있다.
그림책이란 조형 언어로 쓰여진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문자 언어 해독법을 평생 배우지만 조형 언어를 해독하는 방법을 거의 배우지 않는다. 왜 그럴까. 우리가 한 번도 조형 언어를 배운 적이 없는 것은 아무도 조형 언어를 해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독했다고 해도 잘못 읽는 경우가 허다하고 틀린 줄도 모르고 따라 읽을 뿐이다.
문인화건 풍경화건 풍속화건 우리는 그 장면에 얽힌 역사적 사실에만 관심이 있지, 조형 자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고 따라서 조형 자체에 숨겨져 있는 사상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 문양인 경우에는 그저 장식이라고 지나쳐 버린다. 인류가 남긴, 조형 언어로 쓰여진 엄청난 양의 그림책은 지금 올바로 읽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요즈음 나는 모든 그림의 조형 언어 해독법을 찾아내려고 암중모색하고 있다. 즉 선, 양감, 점, 색, 면, 비례, 구도 등 조형의 절대 언어(絶對言語)이다. 그 조형 언어는 문자 언어와 함께 인류 역사를 충실히 기록해오고 있는 매우 중요한 도구임에도 우리는 그 해독에 등한해 왔으므로 인류 역사의 반쪽만 알고 있는 상태이다. 어쩌면 인류의 비극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조형언어 읽는 법에 대한 두 번째 책을 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므로 조형 언어로 만들어진 일체의 작품이 책이 된다. 바로 이러한 조형 언어로 쓰여 진 책을 읽는 방법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 <한국 미술의 탄생> 즉 '형태의 탄생 1'이다. 조형 언어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문자 언어의 기원에 대한 출판물은 많아도, 조형 언어의 기원에 관한 출판물은 적다. 그 공백을, 나는 조금은 메운 셈이다. 한국>
강우방 고미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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