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아빠입니다. 조언을 듣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속썩이는 아들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들은 30개월이 다 돼갑니다. 지금까지 탈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장난기가 좀 있지만 여느 남자아이 정도입니다. 눈치도 빨라서 엄마 아빠가 싫어하는 건 별로 하지않는 아들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입니다. 벌써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 아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요즘 같은 시기에 혼자 벌이로는 생활비 감당이 안 되는걸요.
그런데 요새 아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올 1월쯤부터인 것 같습니다. 당시 저와의 대화 내용입니다. "아들~. 엄마 아빠가 동생 하나 만들어줄까?" "(곰곰이 생각하더니) 싫어! 동생 싫어!" "왜? 인기(아들 이름) 동생 있으면 좋잖아." "싫어. 만들지마~! 아빠 미워, 엄마도 미워~. 말 시키지마!" 사랑을 빼앗길까 봐 걱정이 됐나 봅니다.
그러나 저희는 2월 초에 계획대로 둘째를 갖게 됐습니다. "아들! 이제부터 아빠가 어린이집에 데리고 갈게." "왜?" "엄마 배 안에 지금 인기 동생이 있어서 엄마가 많이 힘들대." "싫어! 아빠 미워!" 아파트 단지에서 울고, 누워버리고…. 그 때부터 어린이집 갈 때마다 매일 아들과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들 녀석이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엄엄…엄마, 밥 줘. 아…아빠. 경경…경찰차가 간다. 할할…할아버지집에 가가…자." 이런 식입니다. 지금껏 어린이집에서 어휘력에 있어서 가장 뛰어나다고 선생님께 칭찬 받던 아이였습니다. 말도 빨리 하고, 단어도 또래보다 많이 알던 아이가 갑자기 이러니 어찌 가슴이 덜컹 내려앉지 않겠느냐구요.
아내에게는 아직 할머니가 정정하게 살아 계십니다. 딸만 넷인 그 분 소원이 아들 손주 보는 거였는데 손녀딸이 아들을 낳았으니 울 아들이 얼마나 귀했겠습니까. 울 아들이라면 뭐든 다 해주시고 보기만 해도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하시는 분입니다. 울 아들 요즘은 툭하면 할머니를 때리고 여기저기 물고 그럽니다. 함께 잘 놀던 강아지도 지금은 눈치를 살피면서 구석으로 피해 다닙니다.
벌을 세우면 그 자리에서 바지에 오줌도 싸구요, 화분에 있는 흙을 방바닥에 집어 던지지를 않나, 막무가내입니다. 첫째 처제의 20개월된 딸과는 친남매처럼 잘 지냈는데 요즘은 툭하면 장난감을 뺏고, 밀고 때리고, 울리고,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처제한테 미안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제가 새벽운동 하고 집에 가면 문 열리는 소리에 바로 뛰어 나와서 "아빠! 다녀오셨떠여~!"했었는데 지금은 오거나 말거나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엄마가 "아빠 오셨잖아. 인사해야지" 그러면 그제서야 마루에 누워 고개만 까딱하는 겁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어린이집과 소아과 선생님께 의견을 구했더니 결론은 같더라구요. 성격이 예민한 아들 녀석이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애들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세상에, 배우자가 바람 피우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는 충격과 맞먹는다고 하더라구요. 당분간 벌도 주지말고, 큰소리 내지말고,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주고, '이 세상에서 최고' '사랑한다'는 등의 말과 스킨십을 많이 해주라더군요. 동생이 생겨도 엄마 아빠가 멀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아들 녀석을 안아 주면서 말했습니다. "아빠한테 속상한 거 있어? 말해봐." 아들 녀석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고개만 흔듭니다. "빠방(자동차) 사줄까?" "싫어. 다 싫어!" "그럼 어떻게 할까? 원하는 거 아빠가 전부 해줄게." 그랬더니 "놀이동산!" 이러더라구요. 울 아내 지금 임신 3주째인데 유산기가 있다고 해서 약을 먹고 있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하게 쉬어야 하는데 놀이동산을 가자고 하는 녀석이 정말 야속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아내가 "쉬엄쉬엄 돌아다니면 되니까 아들 기분 풀어주자"고 해서 할 수 없이 대학생 막내 처제를 대동하고서 ○○월드로 나들이를 강행했습니다.
1월초에도 세 식구가 한번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아들이 입구서부터 정신 못 차리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어다녔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말도 안하고 별로 좋아하는 눈치도 아니었습니다. "놀이동산 오고 싶다고 했잖아. 그래서 왔는데 싫어?" 그래도 그냥 먼산만 바라보는 겁니다. "인기야. 재미없어? 그냥 집에 갈까?" 그제서야 아들 녀석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재미…있어. 집에는 안 가!" 이렇게 몇 마디 하대요. 휴우~ 전에는 집에 갈 때까지 신나서 놀던 녀석이 이번에는 엄마에게 안겨 낮잠도 2시간이나 자더라구요.
범퍼카를 타려고 줄을 섰을 때는 기다리는 게 싫었는지 아들 녀석이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밀면서 "아빠 미워. 아저씨 미워~! 사람들 미워~!" 이렇게 울고불고 떼를 쓰는 겁니다. 저도 참는 데 한계에 부딪혀 한쪽 벽에다 벌을 세웠습니다. 전 같으면 잘못했다고, 안 그러겠다고 했을 녀석이 이번에는 끝까지 고집을 피우더라구요. "아빠 미워! 엄마 미워! 이모 미워! 사람들 다 미워…!" 계속 이러면서 말입니다.
그 날 아침 10시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종일 12kg의 아들 녀석을 안고 ○○월드를 돌아다니면서 기분을 풀어주려 애썼습니다. 저 밤에 잘 때요. 30분이나 채 잠들었을까. 저려오는 팔의 통증에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습니다. "와이프, 와이프~! 얼른 일어나봐. 나 팔 저려. 너무 아프다~."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이 너무 큽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사 선생님은 길게는 6개월 정도까지 그럴 수도 있으니 사랑으로 감싸주는 수 밖에 없다고 하던데, 정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경기 의정부시 신곡2동 - 함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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