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처럼 공정한 실력 대결을 위해 1라운드를 풀 리그로 치르는 것도 아니다. 승자승 원칙도 완전히 무시하고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8강이 겨루는 2라운드도 똑같다. 더구나 1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속한 팀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국과 일본처럼 다시 한 조에 넣었다.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조직위원회가 만든 더블 일리미네이션(double elimination)이라는 이상한 경기방식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1회 대회 때는 한국과 세 번 싸워 먼저 두 번을 진 일본이 결승에 진출, 우승까지 했다. 이번 대회도 비슷하다. 어제의 순위 결정전까지 한국과 일본은 4번이나 맞붙었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이라거나 "한국과 너무 자주 만난다"는 일본 선수들의 불평이 경기에 대한 부담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패자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고, 한일전의 흥행가치를 상업적으로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라 해도 이건 억지에 가깝다. 한국과 일본이 수 차례 WBC조직위에 경기방식에 대한 재고를 요구했지만 대답은 "흥행을 위해 두 나라가 참으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노골적인 상업주의로 인한 반복경기에 양국 선수들과 팬들만 지쳐 버린다. 단순히 승자승 원칙을 적용해 조 순위 결정전만 없애더라도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절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한 두 번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라는 것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분히 미국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팀워크가 부족한 미국의 '안전한 4강 진출'을 위한 장치에 불과해 보인다. 이번에도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연속 패하고, 승률 반타작(4승3패)을 겨우 넘겼지만 4강에 올랐다.
비록 이번이 두 번째지만 WBC는 각국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야구의 월드컵이다. 더구나 베이징대회를 끝으로 올림픽에서 야구가 사라지면서 더욱 의미가 커졌다. 그런 만큼 클래식이라는 대회 이름에 걸맞은 운영과 경기방식을 한국과 일본은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실력이나 흥행에서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한국팀이 보란 듯이 우승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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