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위원회가 현재 33위인 한국의 국가브랜드 순위를 201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인 15위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며칠 전 발표했다. 국가에 대한 호감도 신뢰도를 총칭하는 국가브랜드는 군사력 경제력등 하드 파워보다 국가의 품격 이미지 등 소프트 파워에 의해 형성된다. "How a country is seen by others", 남들 눈에 어떤 나라로 비치느냐가 핵심이다.
'국가브랜드 15위' 가능할까
한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다문화를 포용하는 자세와 시민의식이 낮고 거주ㆍ관광지의 매력이 부족한 점 외에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값 싸고 촌스럽고 거칠다는 이미지를 얻거나 실제 이상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피해를 당하고 있다. 불과 4년 만에 18단계를 뛰어 오르는 게 가능할까.
국가브랜드위원회의 비전은 '국민과 함께 배려하고 사랑 받는 대한민국 만들기'인데, 좀 혼란스럽다. (우리는) 남들을 배려하고, 우리는 사랑을 받자는 병렬의 의미 같기도 하고, 남들을 배려하고 그럼으로써 그 결과로 사랑을 받자는 뜻 같기도 하다. 이렇게 능동과 수동이 뒤엉켜도 되는지 어색하며, 세련된 것 같지 않다. 뼈대는 '배려하고 사랑 받는 대한민국'인데, '국민과 함께'라는 말이 개념 파악을 오히려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사랑 받고 존경 받는 국가'를 지향하는 일본의 '신일본양식(Japanesque Modern)'이나 국가브랜드 1위인 독일처럼 'Land of Ideas' 식으로 간명한 게 더 나아 보인다.
비전의 구체적 추진을 위해 제시한 5대 역점 분야도 말이 우습다. 다섯 가지는 '국제사회 기여' '첨단 기술ㆍ제품' '문화ㆍ관광' '다문화ㆍ외국인' '글로벌 시민의식'인데, 깔끔하고 가지런하지 못하다. 행위의 지향을 알게 하는 단어가 있고 없고의 차이 때문이다. 국제사회에는 기여하겠다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이렇게 말꼬리를 잡는 이유는 이 위원회야말로 국가 제일의 로고스위원회, 문화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념을 명확하고 알기 쉽게 정립하고, 분야별 구체적 활동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해 나가야만 국가브랜드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글로벌 시민의식'이다. 정부 국민 이민ㆍ투자 관광 수출 문화 등 6가지 국가브랜드지수 분석에서 우리가 가장 뒤떨어진 부문은 관광(33위)과 국민(31위)이다. 관광은 주 요소인 자연경관과 역사적 유적의 한계 때문에 이미지 개선이 매우 어렵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한국인들은 아직 개방성에서 뒤지고 배타적이며 무례하고 난폭하다. 공공장소에서 자기만 생각하는 꼴불견 행태가 보도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하며 나라와 국민의 품격을 개탄한다. 과거 해외여행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소양교육의 부활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우리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친절 청결 질서' 캠페인을 벌였지만, 당시에 거둔 일정한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질서와 차례를 지키는 게 올바르며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신뢰가 형성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은행에 가면 직원들이 인사는 잘 하지만 먼저 온 고객이 자동 입출금기에서 먼저 일을 보고 갈 수 있도록 '한 줄 서기'를 유도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사와 말로 하는 친절 질서를 넘어 합리적이고 문화적인 친절 질서를 사회 부문별로 행동을 통해 확산시켜야 한다.
구전의 힘 키울 문화적 노력을
국가브랜드위원회의 발표에 맞춰 문화관광부는 외국인과 친구 사귀기, 범국민 친절캠페인 등을 전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전(口傳)의 힘을 강조했다. 입소문을 통해 한국, 한국인에 대한 좋은 평을 퍼뜨리겠다는 취지다. 사실 어려운 말을 인용할 것도 없다. 그게 바로 핵심이다. 남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몸에 배게 하고 문화적 품격을 갖추게 하는 데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국가브랜드의 이념은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지향하기보다 '문화한국'을 지향해야 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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