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리는 '한ㆍ일 슈퍼 게임'이다. 1,2라운드 7경기 동안 4차례나 한국은 일본, 일본은 한국과 만났다. '야구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올스타 슈퍼 게임, '한ㆍ일 클래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과 일본이 20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제2회 WBC 본선 1조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두 팀은 지난 7일 1라운드 승자승 대결, 9일 1라운드 순위 결정전, 18일 2라운드 승자승 대결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만 4번째 격돌한다.
앞선 세 차례 대결에서는 한국이 2승1패로 앞섰다. 한국은 7일 경기에서 2-14, 7회 콜드게임으로 패했지만 9일 1-0, 18일 4-1로 승리했다.
'분위기상' 두 팀의 맞대결은 20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1조 1,2위는 2조 2,1위와 크로스로 준결승을 치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준결승에서 모두 승리하면 양국은 대회 패권을 놓고 다섯 번째 승부를 벌여야 한다.
한국이 결승에 올라 우승컵을 차지한다면 총 9경기 가운데 5번이 일본전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기형적인' 대진은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해괴한 진행방식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라운드에서 한국은 패자 부활전을 통해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 나섰고, 2라운드에서는 일본이 패자 부활전을 거쳐 순위 결정전에 올랐다. 기본적으로 한 라운드에서 두 번은 만날 수 있는 게 더블 엘리미네이션의 핵심이다.
'기형적인' 대진 때문에 온갖 비난을 사면서도 대회조직위원회는 계속되는 한ㆍ일전이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일부 슈퍼스타들의 대회 전 이탈과 그로 인한 성적 부진 탓에 미국대표팀은 자국민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고 있고, 당초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도미니카, 쿠바 등도 고배를 마셨다. WBC에서 한국-일본의 라이벌전만한 흥행카드는 없기 때문이다.
야구의 세계화, 야구 월드컵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WBC. 그러나 상식 밖의 대진으로 그 빛이 바래고 있다. WBC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아니라 한일 클래식으로 전락한 셈이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선발투수로 장원삼(히어로즈)과 우쓰미 데쓰야(요미우리)를 예고했다.
한국은 '원투 펀치'인 류현진과 봉중근이 투구 제한 규정에 걸려 나설 수 없고, 일본 역시 '빅3'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르빗슈 유, 이와쿠마 히사시가 등판 할 수 없어 보너스 40만 달러를 놓고 벌이는 조 1위 결정전은 타격전 양상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2조 2위 미국과, 패하면 2조 1위 베네수엘라와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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