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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훔쳐라" 이통3사 톡톡 CF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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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훔쳐라" 이통3사 톡톡 CF전

입력
2009.03.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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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켜면 눈길을 끄는 광고가 있다. 일명 '참 쉬운 무료 쇼핑법' 광고다. 내용은 이렇다.

"자, 들어갑니다."(갈매기가 등장한다. 날지를 않고 두 발로 조용히 걸어서 가게로 들어간다.) "맘에 드는 거 골라요, 이렇게."(갈매기가 과자 봉지를 하나 물었다.) "들고 나오면 됩니다."(갈매기가 종종걸음으로 가게 문을 벗어난다.) "안 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KTF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쇼'를 이용해 제휴 쇼핑몰에서 무료 쇼핑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알리는 광고다. 동물이 등장하는 기발한 내용으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광고가 실화라는 점이다. 제작사에서 연출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일을 촬영한 이용자제작콘텐츠(UCC)를 사용했다. 중국계 영국인 청 청 판씨가 영국 런던의 공원에서 우연히 갈매기가 가게에 들어가 과자를 훔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 그는 이 동영상을 영국 BBC 방송국에 제보해 전파를 탔고,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게재해 인기를 끌었다.

KTF는 청 청 판씨와 연락해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UCC를 사용했다.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이유도 휴대폰 촬영 영상이기 때문이다. KTF 서은경 IMC팀 차장은 "UCC 내용이 무료 쇼핑이라는 광고 컨셉트와 맞아 떨어져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광고전이 점입가경이다. UCC를 이용한 KTF의 광고부터, 알 수 없는 단어의 '비비디 바비디 부'(SK텔레콤), 꽃미남들이 총출동하는 '구준표'(LG텔레콤) 광고까지 아이디어도 각양 각색이다. 그러나 이들 광고 속에는 단순 아이디어를 넘어 이통사가 전하려는 심오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SK텔레콤은 선율을 앞세운 멜로디 광고가 특징이다. 지난해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노래말로 널리 알려진 <되고 송> 이 시발점. 단순하지만 중독성 강한 선율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이를 '비비디 바비디 부'로 이어가고 있다. 뜻이 모호한 이 말은 동화 <신데렐라> 에 나오는 마법 주문이다. 요정이 호박을 마차로 바꾸고 신데렐라의 누더기 옷을 멋진 드레스로 바꿀 때 사용하는 주문이다. SK텔레콤 이교혁 매니저는 "경제가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주문에 담은 광고"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SK텔레콤 내부에서도 반대가 적지 않았다. 유치하고 무슨 소린지 따라 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같은 약점(?)이 전화위복이 됐다. 사람들 사이에 주문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로 연령대를 구분하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한 것. 즉, '비비디 바비디 부' 앞에 따라붙는 '살라카둘라 메치카불라'까지 정확하게 말하면 10대, '비비디 바비디 부'만 제대로 말하면 20대, 그마저도 헷갈리면 30대 이상으로 구분한다. SK텔레콤은 '비비디 바비디 부'의 멜로디 광고가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표현하고 전파도가 높다는 점에서 후속 광고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LG텔레콤은 시의 적절한 소재나 유행을 따라잡는 타이밍 광고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오즈 상사' 광고가 대표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내용이다. 특히 작년 말 대리 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하 직원을 밤에 만난 상사가 "낮에도 대리, 밤에도 대리입니까. 내년에는 대리에서 벗어나세요"라는 말을 건네는 광고는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오즈 상사'는 다음달 중 새로운 컨셉트로 바꿔 전파를 탈 예정이다.

최근엔 '오즈 상사' 광고가 '꽃미남' 광고로 바뀌었다. TV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 출연진인 구혜선, 이민호, 김범이 등장해 청소년 요금제 '틴링'을 알리는 광고다. 이 광고는 드라마 시작 시점에 맞춰 같이 전파를 탔다.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 사전 협의를 통해 광고를 제작했고, 일부러 방송 시점에 맞춰 광고를 한 것이다. 여기에 10대에게 인기있는 드라마 주인공들을 내세운 덕분에 청소년 요금제 틴링은 빠른 속도로 청소년들에게 전파됐다.

LG텔레콤 박동관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요즘 이통사 광고는 사람들이 보고 즐기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정감어린 소재로 만든다"며 "광고도 서비스 못지않게 회사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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