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수도권의 한 지역구에서 친박계 당원들은 종종 별도의 '번개 모임'을 갖는다. 이 지역구의 친박계 핵심 당원은 100여명.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은밀하게 연락해 만난다.
이 지역 당원 A씨는 "시의원이 좌장 역할을 맡는 친박계 모임에는 보통 30~40명이 참석한다"면서 "최근 모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친박계 인사들을 중용하는 등 화합정치를 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친박계 의원 B씨는 18일 "지역구의 대다수 당원이 적극 협력하지만 이재오 전 의원이나 강재섭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은 따로 모임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대다수 지역구에서는 당원들이 두세 갈래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다. 중앙당이 '한 지붕 두 가족'이라면 각 지역구 당원협의회는 '한 지붕 다(多)가족'이다. 과거에는 각 지역구 별로 대다수 당원들이 당협위원장의 지침을 일사불란하게 따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당원들이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진 지역구들이 적지 않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의 후유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 조직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 체류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임박함에 따라 이 전 의원 지지자 모임인 '재오사랑'의 움직임도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재오사랑'은 최근 서울 전남 경남 등 각 시도별로 지부 발대식을 갖고 있다.
영남권의 친이계 의원은 "영남에서는 박사모가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박사모 회원은 수만 명, 재오사랑 회원은 7,000여명에 이른다. 특히 18대 총선 후에 친박계 의원이 복당한 지역에서는 친이계 원외 당협위원장을 따르는 당원들과 친박계 당원들 사이의 대립이 심각하다.
이 같은 양대 조직 외에도 정몽준 최고위원의 팬클럽 'MJ 21', 원희룡 의원의 팬클럽 '해피드래곤', 김문수 경기지사의 팬클럽 '문수사랑', 강재섭 전 대표 지지자 모임인 '동행' 등의 회원들도 각 지역에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있다.
당 관계자는 "상당수 지역구에서 친이계와 친박계 당원들이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과 대선 등을 겨냥해 세력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계파 수장들이 먼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지역구 차원의 갈등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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