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영원한 맞수 일본을 제압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2회 WBC 본선 1조 승자전에서 선발투수 봉중근의 눈부신 호투를 앞세워 일본을 4-1로 이겼다. 한국은 미국 교민의 터전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준결승에 선착했지만 일본은 한 장 남은 4강 티켓을 놓고 19일 아마 최강 쿠바와 결전을 벌인다. 한국은 일본-쿠바전의 승자와 20일 오전 10시 조 1위를 놓고 격돌한다.
투타와 수비는 물론, 심리전, 용병술, 전력분석에서도 완벽한 승리였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이날 경기 후 "결과는 물론이고 과정에도 만족한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이유였다. 하라 다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도 "졌다"며 모든 면에서 완패를 시인했다.
심리전의 승리
김인식 감독은 경기 전 침묵을 지켰다. 김성한 수석코치와 타순을 놓고 잠시 대화를 나눴을 뿐 함구로 일관했다. 지난 16일 멕시코와의 경기를 앞두고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감독에게 물어보라"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였다.
김 감독의 '심각 모드'로의 돌변은 선수들에게 긴장감과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이었다. 감독이 '심각 모드'로 나서자 선수들도 훈련 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백전노장 김인식' 감독의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용병술의 승리
16일 쿠바와의 경기 때와 똑같은 오더를 들고나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멕시코전과는 전혀 다른 타순을 꾸렸다. 타격감이 떨어진 이종욱(두산) 대신 멕시코전에서 잘 치고 잘 달렸던 이용규(KIA)를 톱타자로 내세웠다. 멕시코전 때 선발에서 빠졌던 이진영(LG)도 6번 타자로 중용했다.
이용규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다르빗슈 유(니혼햄)에게 좌전안타를 뽑은 뒤 2번 타자 정근우(SK)의 초구 때 2루를 훔쳤다. 다르빗슈-조지마 겐지(시애틀) 배터리는 급격히 흔들렸고, 내야진도 동요했다. 1회 3점은 이용규와 이진영에게서 비롯됐고, 결국 결승점이 됐다.
전력분석의 승리
한국은 다르빗슈에 대해 '현미경 분석'을 했다. 경기 전 김성한 수석코치는 "다르빗슈가 승부구로 바깥쪽을 자주 던지더라. 초반에 제구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공을 끝까지 보고 대처하면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코치의 말대로 한국은 1회에 다르빗슈를 물고 늘어졌다. 다르빗슈는 1회에만 7타자를 상대로 공을 25개나 던졌다. 하라 감독은 "1회 3실점이 너무 컸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캘리포니아주)=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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