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청와대)에서 관심 있어 하는 행사다. 법적으로 행사비를 직접 지원해줄 수는 없지만 나중에 다른 수단을 통해 정산해줄 테니 될 수 있는 한 성대하게 치러달라."
행정안전부가 자전거 활성화 사업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전국행사를 계획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인적ㆍ물적 동원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제주도를 뺀 전국 15개 시ㆍ도와 공동으로 4월25일부터 5월3일까지 9일간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을 개최한다. 이 축제는 수백 명으로 구성된 '자전거투어단'이 전국을 동부와 서부 2개 코스로 나눠 자전거 경주를 벌이고, 투어단이 각 지역을 통과할 때 해당 광역단체들은 관련 이벤트를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행안부는 이달 초 각 광역단체에 '제1회 전국 자전거 축전 개최 계획'이라는 공문을 발송, 광역단체별 행사담당 부서 간부들을 직접 소집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도록 요구했다.
공문에는 투어단이 각 지역을 경유하는 기간에 맞춰 광역단체 차원의 자전거 대회를 별도 개최하고, 광역단체에서 1,000명 이상, 시ㆍ군 등 기초단체에서 500명 이상 참가자를 동원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17일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열린 광역단체별 행사담당 부서 간부교육에서 행안부는 현정부 핵심 정책인 녹색뉴딜 정책과 자전거 활성화 사업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광역단체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준비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일자리 창출사업 등 경기부양에 전념하느라 사업비에 부담을 느낀 광역단체들이 "예산운용에 여력이 없다"며 행사개최에 난색을 표하자, 행안부는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행사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에 참석했던 모 광역단체 관계자는 "전체적인 분위기로 볼 때 억대(1억~2억원) 예산을 들여 행사를 치러줄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행사비용을 보전해준다고 하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공 때 '국풍'(1980년 신군부 출범 후 대학생들의 저항 분위기를 호도하기 위해 마련된 관제 축제) 행사를 되풀이하려는 거냐"면서 "대규모 투어단과 진행요원의 숙박ㆍ숙식비, 일당, 행사비 등으로 낭비될 예산을 차라리 고용창출로 돌리면 칭찬 받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광역단체 관계자는 "행사가 많은 봄철이다 보니 이번 행사와 같은 종류의 행사를 같은 기간에 지자체가 직접 개최하려는 경우도 있다"며 "행사 기간과 성격이 중복돼 협의를 하려 했지만 행안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지자체별 사정이 달라 전국 규모 행사가 차질 없이 일관성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것 뿐"이라고 밝혔다.
한석규 행안부 지역발전정책국장은 "참가 인원 등 행안부 제시내용은 가이드 라인에 불과한 것이지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개최 규모 결정 등 모든 행사 권한은 전적으로 지자체에 있고, 행안부는 지자체별 행사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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