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줄리엣 비노슈(45)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35)과 공동 창작한 무용 'IN-I'(내 안의 나) 공연을 위해서다. 'IN- I'는 19~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세 가지 색-블루' '프라하의 봄' '퐁네프의 연인들' '데미지' 등 수많은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매력을 발산했던 그가, 이번에는 무대에서 춤을 춘다.
때맞춰 그의 대표작 영화 7편을 상영하는 특별전이 하이퍼텍 나다에서 17일 개막했고, 신작 영화 '여름의 조각들'도 26일 개봉한다.
18일 기자회견에 나온 비노슈는 아름답고 겸손하고 진지했다. 인사말에서 그는 "한국을 잘 몰라서 인터넷으로 공부를 했다"며 "한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것을 알았고, 지금도 미군이 많이 주둔하고 있다는 데 놀랐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용을 배워본 적이 없는 그가 춤에 도전하게 된 것은 2006년 영화 촬영차 런던에 머물 때 우연히 칸의 공연을 보고 나서다. 무대 뒤에서 만난 두 사람은 곧 의기투합, 1년 간의 공동 작업 끝에 'IN-I'를 완성했고, 2008년 런던 초연 이래 이 작품으로 세계를 돌고 있다.
"춤을 춘다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도전이었어요.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지만, 칸이 인내심을 갖고 저를 지켜봐 줬죠. 저는 제가 무용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단지 호기심 많고, 관객과 교감하고 싶고, 나 자신을 새롭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이죠. 처음엔 두려웠지만, 지금은 즐거워요."
동석한 칸은 "비노슈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무용수가 아니기 때문에, 마치 새하얀 캔버스 같았다"며 "그러나 그게 곧 다양한 색채로 차는 것을 보게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IN-I'는 사랑을 꿈꾸는 여자와 사랑의 아픔을 지닌 남자의 이야기로, 사랑의 다양하고 내밀한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전문 무용수도 은퇴를 고려하는 늦은 나이에 춤에 도전해 엮어가고 있는 이 작업에 대해 비노슈는 "내 안의 불과 에너지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언어를 찾아내 공유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비노슈는 영화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시도 쓴다. 'IN-I'의 세계 순회공연은, 한국에선 빠졌지만, 비노슈의 그림을 모은 전시를 병행하고 있다.
"시력을 잃어가는 화가로 나온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촬영할 때는 밤새 그림을 그렸어요. 그래야 초췌해 보이니까요. 시를 쓰는 것은 언어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말에 흥미를 느끼고 그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죠."
비노슈는 "17일 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일부 봤다"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 감독들의 이름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한국영화에 대해 갈증을 많이 느낀다"며 "한국영화 DVD 10여 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향하는 나이, 비노슈는 1980~90년대 그의 전성기를 "황금기를 넘어선 다이아몬드의 시기"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와 예전의 나를 비교해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를 되돌아보면 아주 힘든 시기이기도 했죠. 여러 감독과 많은 작업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확실한 사실은 제게 삶에 대한 열정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오미환기자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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