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T-KTF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유선과 무선통신을 모두 합친 매출 20조원의 거대 통신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전체 회의를 열어 KT와 KTF의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양 사 합병시 시장 경쟁 제한 등 부작용보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인가한다"며 "국민들은 다양한 유ㆍ무선 결합상품을 이용할 수 있고 KT도 글로벌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가조건
그러나 방통위는 KT에 대해 소비자 보호와 시장경쟁 활성화를 위한 3가지 인가 조건을 부여했다. 우선 전신주, 관로 등 통신 필수설비를 다른 업체들이 쉽게 빌릴 수 있도록 절차 개선안을 90일 이내에 방통위에 제출토록 한다는 것.
또 방통위는 ▦T가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VoIP)의 번호이동기간을 지금보다 줄이고 선인터넷망을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제공하는 방안 ▦KT 계열사와 외부 콘텐츠 제공업체를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을 6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했다.
인가 조건만 놓고 보면 KT의 완승이다. 필수설비 분리를 강력하게 주장해 온 경쟁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단순 개선안 제출에 그친 인가조건이 미흡할 수 밖에 없다.
남은 절차는
이제 KT는 27일 주총만 통과하면 자산 24조원,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의 거대 통신 공룡으로 거듭나게 된다. 합병 법인 출범은 5월18일로 예정돼 있다.
27일부터 4월16일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을 KT와 KTF가 사들이는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기간이다. KT는 1조원, KTF는 7,000억원을 매수 청구 금액으로 산정해 놓았다.
27일부터 4월 16일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다.
주식 매수 청구가 마무리되면 5월15일부터 6월8일까지 KTF의 주식 거래는 정지된다. 이후 KTF 주주는 1 대 0.72주 비율로 KT 주식을 받게 된다. KT는 최종 합병 등기와 신주 상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통신업계 구도 재편 예고
KT와 KTF의 합병은 통신업계의 구도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등 SK계열,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계열 통신업체들의 연쇄 통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KT가 SK텔레콤보다 뒤쳐지는 이동통신시장 공략을 위해 유ㆍ무선 결합 상품 등으로 총력을 펼 경우 맞대응하려면 합병 외에는 대안이 없다. 특히 KT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KTF의 이동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만큼 유선과 무선통신 서비스가 별개의 상품으로 분리된 경쟁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그만큼 유ㆍ무선 결합상품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려면 합병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 문제가 시급하게 대두된다. 아직까지 SK계열과 LG계열모두 공식적으로 통신계열사들의 합병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G계열의 경우 올해 LG파워콤과 LG데이콤 등 유선통신업체들을 우선 합친 뒤 LG텔레콤을 결합하는 방안을, SK계열의 경우 내년 하반기 이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통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KTF 합병은 사실상 통신업계 구도 개편의 물꼬를 튼 셈"이라며 "생존을 위해 경쟁업체들도 통합 방안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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