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들려오는 반등 신호에 견줄만한 징후가 국내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금융시장이나 주요 거시지표들을 구성하는 하위 지표들 사이에서 일부 희망을 걸 실마리들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대세 반전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경기 반등의 희망을 품게 하는 곳은 요즘 단연 금융시장이다. 이달 초만 해도 '3월 위기설'의 공포 속에 패닉으로 치닫는 듯 했던 시장에는 지난주부터 봄기운이 뚜렷하다. 3월위기설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19일 1,161.81로 마감된 코스피지수는 조만간 1,200 고지 탈환을 노릴 기세. 환율은 그동안 급등세를 주도했던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 양상에 힘입어 수일간 급락을 거듭한 끝에 이날 드디어 1,300원대(1,396원)에 들어섰다. 국가 부도 위험을 뜻하는 5년 만기 국채의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이달 초 5%에 육박하던 것이 최근 다시 3.8%대까지 낮아졌다.
일부 지표에서도 지난 몇 달 간의 최악 행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경상수지. 2월 경상수지가 35억달러 이상 흑자에 3월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인 40억달러 흑자가 예상되면서 향후 외화유동성 안정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생산 분야에서는 올 1월 광공업생산이 작년 12월보다 1.3% 증가해 4개월 만에 전월 대비 플러스로 반전된 데 이어 2월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증가세가 기대된다. 소비심리도 여전히 차갑지만 1,2월에 소폭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전기 대비 -5.6%)보다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경제연구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7일 경제전망을 통해 "올 들어 경기 급락세 완화가 뚜렷해지고 경기 선행지표에 반등 조짐이 나타나 2분기부터는 경기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세는 바뀌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경기에 선행하는 주가와 산업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는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자 이를 반등의 신호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아직은 '베어마켓(불황장) 랠리'에 가깝다는 해석이 많다. 경기가 살아날 조짐으로 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하락장 가운데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잠시 고개를 드는 수준이란 얘기다. 일부 호전된 지표들 역시 워낙 충격이 컸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기술적 반등일 뿐, 본질적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바닥에 이르렀는지는 1분기 지표가 확인되는 4월에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바닥에 이르러도 당장 반등보다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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