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로 인해 가격이 저렴해진 한국 시장을 외국 기업들이 잇따라 노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시기를 저울질해 오던 외국 기업들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 조짐을 보이자, 원화 값이 더 비싸지기 전에 서둘러 투자하려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지식경제부 및 유관기관에는 외국 기업들의 투자 문의가 급증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양해각서(MOU) 체결 등도 활발해지고 있다. 잘 만 활용하면 또 다른 '바이 코리아(Buy Korea)',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식경제부와 KOTRA는 1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파카코리아, 다이솔티모, 휴니드테크놀러지스, 한국타임즈항공 등 외국기업 4개사와 한국내 연구개발(R&D)센터 설립과 지원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4개사는 앞으로 3년간 우리나라에 4,000만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또 4개사는 제품 양산을 위해 추가로 4,000만달러 이상의 제조 설비 투자 등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카코리아는 건설용 중장비에 쓰이는 밸브와 실린더 등을 생산하는 미국의 파커 하니핀(Parker Hannifin)이 100% 투자한 회사로, 이번에 설립하는 연구소는 차세대 유압 기술과 미연소 가스 감축 기술 등을 개발하게 된다. 다이솔티모는 세계적인 태양전지 기술 기업인 호주 다이솔(Dyesol)의 국내 합작 투자 법인이다.
또 휴니드테크놀러지스는 미 보잉이 투자한 통신장비 및 국방 분야 전투 시스템 개발기업으로, 선진 미래 무기 체계와 관련 기술 등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임즈항공은 헬리콥터 토털 솔루션 업체로 정밀 유도무기 사거리 연장용 중간날개 등을 개발, 국내에서 생산한 뒤 수출까지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일본의 투자전문기업 HH&IPJ가 우리나라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MOU를 KOTRA와 체결했다. HH&IPJ는 주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와 우량기업 지분 참여 등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일에는 일본 부동산 투자 펀드인 바나월드가 인천 송도를 비롯한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에 3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며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처럼 외국 기업들이 최근 한국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은 원ㆍ달러 환율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난 예가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어차피 투자를 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본 외국인투자자의 문의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상태"라며 "미국이나 유럽보다 환율이 크게 오른 일본으로부터의 투자가 큰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으로부터의 FDI는 14억2,300만달러로 2007년의 9억9,000만달러에 비해 43.7%나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2억3,900만달러에서 4분기엔 5억3,900만달러로 늘어, 원ㆍ엔 환율의 흐름과 정비례 관계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올 초 지지 부진했던 FDI도 이 달부터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월까지 FDI 신고액은 4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나 감소했다.
지경부도 이러한 FDI의 흐름에 주목,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FDI 유치 총력전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매년 한번 열리던 '외국인투자주간'(Foreign Investment Festival) 행사도 올해부턴 상ㆍ하반기 등 2차례로 늘어난다. 개막일인 26일에는 서울 삼성동에서 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외국인투자포럼' 발족식을 갖고 투자설명회와 개별상담회도 열 계획이다.
KOTRA관계자는 "최근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의 펀더멘털과 성장가능성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는 여전히 강한 편"이라며 "우리나라도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환율효과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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