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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장 퇴임 청화 스님 첫 시집… 등단 31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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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장 퇴임 청화 스님 첫 시집… 등단 31년만에

입력
2009.03.1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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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을 때 보지 못한 보석/ 쓰러진 눈으로 발견하고 주워 일어선 그날은/ 온 세상이 보석빛이었다./ 거기서 깨달았다./ 눈만 감지 않으면/ 쓰러지는 것도 새로운 힘이라고.'('새로운 힘' 전문)

불교 조계종 교육원장 5년 임기를 마치고 24일 퇴임하는 청화(66) 스님이 뜻밖의 시집을 엮어냈다. 1980년대 이래 우리 사회의 민주화운동과 불교 종단 개혁을 아우르는 실천불사의 중심에서 누구보다도 분주했던 그였지만 마음 한 구석엔 늘 문학을 향한 동경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시집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월간문학 발행).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채석장 풍경'이 당선돼 등단한 그가 31년 만에 펴낸 첫 시집이다.

"절 이야기가 많았던 춘원(春園)의 글을 보며 절집을 기웃거리게 됐고, 소년 시절 어느날 법당 문틈으로 바라본 금빛 불상과 섬돌에 놓인 하얀 고무신의 잔상이 잊혀지지 않아 출가하게 됐다"는 청화 스님은 "그러고 보면 결국 문학이 나의 출가를 이끈 셈"이라고 말했다.

사미계를 받고 정진하던 때는 "'가슴이 흥건히 젖어' 남 몰래 산신각에 올라가 밤새 원고지를 놓고 씨름도 했다"는 그는 "이제 종단 보직을 벗고 은거하게 되니 시를 더 많이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절집은 산중(山中)에 있지만, 청화 스님의 시는 산중에만 머물지 않고 저잣거리에서 부딪친다. 그 거리엔 '생존을 위해 내미는 그 손 위에/ 죽음을 주고/…/ 보이는 머리카락도 없이/ 불 속에 숨은 불'('불이 보낸 사람'에서)처럼 용산 화재참사의 현장이 있고,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입니다'('촛불'에서)처럼 촛불집회의 광장도 펼쳐진다.

그는 자신의 시에서 드러나는 이 같은 현실의 팽팽한 긴장에 대해 "말은 업(業)을 짓는 부질없는 것이라 여겨 말없음을 지향하지만 그래도 말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조계종 개혁불사를 주도한 그는 교육원장 재임기간 중 승가교육체계를 다잡고, 종단 불학연구소의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등 적지않은 일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선 종단 업무를 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정릉에 있는 토굴(청암사)로 들어갈 것"이라며 "홀가분하게 정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청화 스님의 퇴임식 겸 시집 출판 기념법회는 24일 오후5시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청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 그와 민주화운동을 같이했던 타 종교계 인사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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