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기자 2명의 북한 억류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북미 관계의 돌출 변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북미 관계의 악재로 서둘러 단정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돌발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소식통들은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기자가 두만강변 북중 접경 지역에서 취재하다 국경을 지키던 북한 군인에게 억류됐다고 전했다.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이들은 북한 군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촬영 등 취재를 계속하다 화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억류된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도왔던 천기원 목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으로 너무 접근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기자들이 욕심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 사건 발생 당시 양측 감정이 격앙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북한과 미국은 비슷한 사건을 이미 겪었다. 1996년 8월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당시 26세)씨가 음주 후 압록강을 헤엄쳐 건넜다가 북한에 억류된 사건이 발생했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정부는 그 해 11월 빌 리처드슨 당시 하원 의원을 평양으로 보내 헌지커를 귀환시켰다. 북한은 헌지커를 간첩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원만히 타협했다. 1994년에는 항로를 잃은 주한 미군 소속 OH-58 헬기가 실수로 북한으로 넘어가 피격됐다. 그렇지만 조종사는 협상을 통해 송환됐다.
미국 측은 이런 전례를 감안, 뉴욕 채널 등을 통해 억류 기자들의 송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최근 진행되는 일련의 북미 분쟁과는 관련이 없으며, 미국은 이 사건을 독립된 별개 사건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미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사건이 북미관계를 개선 혹은 악화하는 변수는 아니라는 게 미국 측의 시각이다.
하지만 북미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억류 기자의 석방을 위한 미국의 특사 파견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특사 파견이 이뤄질 경우 북미간에는 억류 사건 이외의 여러 현안이 논의될 수 있다. 헌지커 사건 북미 협상을 통해 당시 북미간 최대 현안이었던 북한 잠수함 사건의 해결 가닥이 잡혔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사건이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첫 북미 직접 대화로 이어진다면 북미 관계 기류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관측통들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행보로 극단으로 치닫는 북미 관계에 어떤 파장을 줄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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