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여인들이 워싱턴 정가에서 주목 받고 있다. 오바마의 여인들이란 오바마 정부에서 고위 관료에 임명된 흑인 여성들을 의미한다.
현재 대통령 직속 보고 라인에 있는 고위직 관리 약 36명 가운데 무려 7명이 흑인 여성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역사상 가장 많은 흑인 여성이 고위 관료로 임명돼 아웃사이더에서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흑인 여성 역사에 있어 엄청난 진보"라고 적었다.
오바마 정부에서 고위직에 오른 흑인 여성은 밸러리 재릿 백악관 선임고문, 리사 잭슨 환경보호국장, 멜로디 반스 국내정책위원회 위원장, 모나 섯픈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 데지레 로저스 백악관 의전비서관,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와 캐산드라 버츠 부법률고문 등이 있다. 여기에 마거릿 햄버그 식품의약국장 내정자의 임명이 확정되면 흑인 여성 고위직 관료는 8명이 된다. 때 아닌 흑인 여성 돌풍에 백악관에서는 최근 이들의 사진을 모은 '백악관의 자매들'이라는 이메일이 나돌았을 정도다.
백악관 고위직에 임명된 첫 흑인 여성은 지미 카터 정부 당시 미국 주택도시계발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패트리샤 해리스다. 이후 카터 대통령은 엘리노어 홈즈 노튼을 평등고용기회 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현 워싱턴 시의원인 노튼은 WP에 "특히 밸러리 재릿의 존재가 의미 있다. 그녀만큼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흑인 여성 관료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릿은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 특사로 파견됐을 정도로 오바마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흑인 여성 공직자는 발군의 활약을 하고 있다. 반스 위원장은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통과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이다. 로저스 비서관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당시 오바마의 의상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 백악관의 분위기 쇄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흑인 여성 약진의 배경에는 높은 교육열이 있다. 국립 교육통계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학사 학위 취득 흑인 가운데 3분의 2가 여성이다. 높은 학력을 발판 삼아 전문직에 종사하는 흑인 여성도 지난해 기준 26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정치계 전반을 살펴보면 흑인 여성은 여전히 소수 집단이다. 흑인 여성 국회의원은 42명, 연방정부 공무원 170만명 중 흑인 여성은 19만2,000명에 불과하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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