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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45> 독거노인 보금자리 '용인 사랑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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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45> 독거노인 보금자리 '용인 사랑의 집'

입력
2009.03.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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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ㆍ다가구 주택들이 빽빽이 밀집한 경기 용인시 김량장동의 한 주택가 골목. 외벽이 유리로 된 깔끔한 새 건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한건설협회를 주축으로 한 18개 건설단체들의 연합 조직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가 40억원을 들여 지어준 '용인 사랑의 집'이다. 용인시가 제공한 부지 위에 건립된 4층짜리 주거동과 2층짜리 복지동이 아담한 자태를 자랑한다.

홀로 사는 무주택 어르신들이 온기를 나누며 거주하는 보금자리이다. 지난 16일 오후 건단련 관계자와 함께 사랑의 집을 찾았다.

"함께 이야기할 친구도 있고, 선생님들하고 같이 노래도 부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노인네라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집주인들이 방을 세주지 않아 애를 많이 태웠는데, 이렇게 좋은 데서 지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점심 식사를 마친 이영희(88) 할머니와 또래 어르신들이 복지동에 마련된 북카페로 삼삼오오 모이더니 이내 20여명으로 늘었다.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를 위해 사랑의 집이 마련한 노래교실이 시작될 시간이다.

노래 가사를 띄울 대형 TV스크린이 켜지자, 이곳에 상근하는 사회복지사 엄주공(60)씨가 색소폰을 둘러멨다. 평소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육군 중령 출신의 엄씨는 "전역 후 봉사활동에 도움이 될까 싶어 1년6개월간 색소폰 연주를 배웠다.

요즘 노래교실을 꾸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랑의 집 직원 한상기(73)씨도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반주를 돕고 나섰다. 두 사람의 반주에 맞춰 어르신들의 노래와 박수소리도 금세 흥을 타기 시작한다.

1시간쯤 흘렀을까. 노래교실이 끝나자마자 테이블마다 어르신들이 짝지어 모여든다. 평소 친한 분들끼리 다과를 나누며 신변잡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랑의 집에 살며 부대끼는 이야기들로 화제꽃을 피운다.

현재 용인 사랑의 집에 거주하는 노인은 모두 32명. 정원은 34명이지만, 초기 입주자 가운데 2명이 세상을 떠나 2실이 비어 있다. 용인시가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중 거주희망 신청을 받아 현재 입주 심의가 진행 중이다.

사랑의 집은 외관 만큼이나 내부 시설도 훌륭하다. 월 수백만원의 관리비를 받는 고급 노인요양시설 못지않다는 게 용인시의 평가이다.

주거동에는 비디오폰과 개별 보일러 난방시설, 주방, 화장실 등을 갖춘 8평짜리 원룸형 방 34개를 비롯, 사회복지사와 운영 직원들을 위한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복지동은 5,000여권의 장서를 갖춘 북카페와 도서관, 단체 행사 등이 가능한 다목적실로 꾸며져 있다.

건단련은 사랑의 집 완공 후에도 명절 때마다 이곳을 찾아 위문품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벌이는 등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사랑의 집에 입주하면 용인시의 위탁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연 1회 건강검진과 월 1회 영양제 서비스, 응급환자 24시간 후송ㆍ입원 등의 의료지원 혜택을 받는다.

용인시가 운영하는 각종 사회복지관 프로그램은 물론, 사랑의 집 자체 프로그램인 한글교실, 컴퓨터교실, 노래교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대화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기자가 잠시 대화에 끼어 들었다. 나이가 가장 많은 노금덕(93) 할머니가 두 손을 꼭 쥐며 반갑게 맞아준다. "어려운 사람들 생각해주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직원들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이곳에선 '막내' 격인 이복례(73) 할머니도 맞장구를 친다. "시설이 너무 좋아. 생활하기 편하고, 선생님들도 친절해 생활하긴 그만이지." 옆 테이블의 할머니도 "늙고 나니 내 몸 하나 건사할 방 한 칸 얻기도 쉽지 않았는데, 여든 넘어 이리 호강하는 게 꿈만 같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이곳 생활이 편하긴 하지만, 걱정거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입주 이후 기초생활수급비가 줄었다. 지원시설에 사는 경우 주거지원비를 공제하고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외부 후원이 줄어든 것도 어르신들을 섭섭하게 만든다. 이영희(88) 할머니는 "좋은 집에 살아 부족한 게 없을 것으로 보는지, 전에 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아쉬워했다.

사랑의 집 송무현 총무는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일반 요양원과 달리 꽉 짜인 스케줄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갑갑함이 없어 만족도가 높다"며 "어르신들이 여생을 좀더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건설단체총연합회 '함께 사는 사회 만들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권홍사ㆍ약칭 '건단련')의 사회공헌 활동은 홀로 사는 노인과 대학생, 군인, 어린이 등 지원 대상을 가리지 않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특성상, 핵심 사업은 무주택 독거노인을 위한 사랑의 집 짓기(해비타트)이다.

건단련은 건설산업의 이미지 개선 및 나눔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2006년부터 지방자치단체들과 공동으로 사랑의 집 짓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는 땅을 제공하고, 건단련은 사랑의 집을 지어 지자체에 기부채납을 한다. 비용은 건단련 소속 18개 건설단체가 내놓은 90억원과 건설사들이 모금한 60억원 등 총 150억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올해엔 건설공제조합이 20억원, 전문건설공제조합이 10억원을 추가로 모금할 계획이다.

현재 완료됐거나 사업이 추진 중인 사랑의 집 짓기 현장은 모두 5곳. '용인 사랑의 집'이 바로 첫번 째 사업이었다. 이곳에는 총 사업비 40억원이 투입돼 2007년 11월 준공됐다. 인천 강화와 충북 제천, 전남 장성의 사랑의 집은 각각 3월 말과 4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경북 포항에도 3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다섯 번째 사랑의 집을 짓기로 하고, 포항시와 시설 규모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이르면 연내 착공에 들어가 2010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5곳의 사랑의 집이 지어지면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 186명이 새 보금자리를 얻게 된다.

건단련 소속 대한건설협회는 2002년부터 8년 동안 이공계 우수 대학생 295명에게 총 7억5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에도 전국 50개 대학에서 50명의 장학생을 선발, 1인 당 3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지난해부터는 군인 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건설협회는 지난해 말 자매부대인 15사단을 방문, 위문성금 1,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금을 지원키로 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태릉선수촌을 방문,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운동선수들을 위해 3,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박희정 대한건설협회 홍보실장은 "아직 일부 사회공헌 활동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앞으로 사랑의 집 짓기와 같은 연속성 있는 공헌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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