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란 무엇일까요? 저에게 최고의 명화는 네덜란드 화가 마스의 '기도하는 할머니'라는 그림입니다. 유명한 그림은 아니지만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명화란 각자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입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의 말에 40여명의 승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 사랑하기, 그림 구입하기'라는 제목의 미술 강의가 열린 곳은 강의실이 아닌, 흔들리는 열차 안이었다.
한국화랑협회는 부산 벡스코에서 18일 오후 개막한 '2009 화랑미술제'를 맞아 이날 오전 9시40분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발하는 KTX 열차 한 량을 빌려 '아트 열차'로 운영했다.
행사 참여와 미술문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 마련한 문화체험행사였다. 이날 열차에 오른 미술애호가들은 미술시장의 구조와 미술품 구입의 수칙 등 이씨의 강의 내용을 메모하기도 하고, 스크린을 통해 관련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부산으로 향했다.
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화랑미술제는 1979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다. 올해가 27회째. 지난해부터는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열고 있다. 처음 부산에서 개최된 지난해 행사는 2만1,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오고 70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운 놀라운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올해 행사에는 144개의 협회 소속 화랑 중 80개 화랑이 참여해 작가 500여명의 회화 조각 판화 설치 등 3,0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국내 작가로는 이우환 김창렬 김종학 정연두 홍경택씨 등의 작품이, 해외 작가로는 앤디 워홀, 데미언 허스트, 야요이 쿠사마, 솔 르윗 등의 작품이 나온다. 또 '아트 인 부산'이라는 제목으로 35세 이하 젊은 작가 60명의 200만원 이하 작품을 판매하는 특별전 공간도 운영한다.
화랑협회는 23일 폐막일까지 지난해보다 많은 2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판매액 전망은 50억원대로 기대치를 낮췄다.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이다.
표미선 화랑협회 회장은 "올해 한국 미술을 전망하고, 해외 현대미술의 흐름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화랑미술제가 침체에 빠진 우리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 내용 www.artkorea.info 참조. 입장료 3,000~5,000원.
부산=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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