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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취업 재수생 채용'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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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취업 재수생 채용' 딜레마

입력
2009.03.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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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재수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연령차별금지법)이 22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신입사원 채용 때 어떤 내부 기준을 마련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 법대로 한다면 어떤 제한도 둬선 안 되지만, 그 동안의 관행과 조직문화 등을 감안하면 가급적 취업 재수생은 피하고 싶은 게 기업들의 속내이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올해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22일 전에 공고를 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삼성은 6일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지원 자격을 2월 졸업자나 8월 졸업 예정자로 제한했다. 지난해 이전에 졸업한 경우엔 아예 원서도 낼 수 없다. 삼성 관계자는 "취업 재수생은 이미 한두 차례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떨어졌거나 다른 회사 등에 지원했다 탈락한 경우"라며 "졸업연도 제한 등을 두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 근무자가 다시 대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에 응시함으로써 경제계 전반의 고용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2일 연령차별금지법 시행 전에 공고를 낸 만큼 올해엔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물론 내년부터는 지원 자격의 졸업연도제한을 없앨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도 그 동안 취업 재수생에 대해 지원 자격을 제한해 왔다. 올해 신입사원 공고는 아직 나지 않은 상태. LG 관계자는 "사실 취업 재수생을 가급적 신입사원으로 뽑지 않는 것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며 "신입사원이 나이가 많으면 아무래도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데다 선후배와의 관계도 껄끄러워 진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포스코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공고에서 지원 자격을 아예 올해 8월 또는 내년 2월 졸업예정자로 못박았다. 올해 2월 졸업자도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포스코는 연령차별금지법 시행과 관련, "앞으로는 법에 맞춰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SK는 기 졸업자에 대한 지원 자격 등을 제한하지 않고 있고, 현대ㆍ기아차도 5년 전부터 신규 채용 때 나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여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나이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인권위 시정 권고에 따라 2007년 연령 제한을 폐지한 상태다.

한 취업정보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조사 대상 대기업(202개)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취업 재수생에게 감점을 주고 있다. 또 취업 재수생은 꺼려진다는 대기업 비율도 63.3%나 됐다. 하지만 외국기업에선 신입사원에 대한 졸업연도 제한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뿌리 깊은 취업 재수생에 대한 편견 탓에 연령제한금지법이 시행되더라도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황선길 잡코리아 이사는 "나이나 졸업연도 등을 제한하는 것은 오랜 폐습으로 사라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사실 취업 재수생을 모두 받다 보면 경쟁률이 올라가고 인재 순환 측면에서도 대기업에 편중되는 등 부정적 결과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이사는 "취업 재수생의 경우 한번 떨어진 곳은 다음에 합격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고, 그 곳에서 경력을 쌓은 뒤 나중에 대기업 경력직에 도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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